한국과 뉴질랜드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5년5개월 만에 타결되면서 우리 경제영토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시장의 73%까지 확대됐다. 세계 곳곳에서 관세장벽이 사라져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더 활기차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최근의 세계 교역환경을 생각하면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대중(對中) 무역여건이 확 바뀌었다. 대중 교역은 우리나라에서 중간재를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완성품을 조립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였으나 이제 한계에 달했다.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 업체들이 완성품은 물론 중간재까지 생산하면서 지금까지의 등식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중 FTA 체결에 따른 관세철폐 효과도 제한적이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생활가전 제품 등은 10년 뒤에나 면세 혜택을 볼 수 있는 등 대다수 분야의 관세철폐가 한참 뒤에나 이뤄지기 때문이다. FTA를 평가절하하는 이유다. 사정이 이런 만큼 경협 패러다임을 다시 짜는 등 달라진 FTA 환경에 맞는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최선의 길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기업들이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한국을 선택하고 중국은 미국·EU로 가는 관문으로 우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른바 'FTA 허브' 전략이다. 우리의 강점인 지적재산권 보호와 정보기술(IT) 분야 등을 활용해 '한국은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완화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IBM이 국내에 데이터센터(IDC)를 세우고 지멘스·GE·화웨이 등이 지역본부나 연구개발(R&D)센터를 서울로 옮기는 까닭을 헤아리면 'FTA 시대'의 생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