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료사고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정부의 의료분쟁조정제도는 거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98년 이후 전국 16개 시ㆍ도별 지방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의료분쟁 조정 신청은 98년 11건, 99년 12건, 2000년 27건 등 모두 50건에 불과하다.
98년에는 전체 11건 중 10건(기각 1건)이 조정돼 91%의 조정률을 기록했으나 99년에는 12건 중 3건(기각 6건, 반려 2건, 합의 1건), 2000년에는 27건 중 7건(기각 9건, 반려 8건, 계류 3건)만 조정이 이뤄져 조정률도 25%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국에서 한해 평균 17건의 의료분쟁이 정부 분쟁조정 창구에 접수돼 그 가운데 7건만 조정이 이뤄지고 대다수는 제도권 밖에 방치돼 있음을 뜻한다.
특히 지방의료심사조정위에서 넘어온 미해결 사안들만 심사하는 복지부 산하 중앙의료심사조정위는 98년 이후 3년간 단 2차례만 열려 1건을 기각하고 1건은 종결처리(당사자 합의)했다.
시ㆍ도별로 부산ㆍ인천ㆍ광주ㆍ울산ㆍ충남ㆍ전북ㆍ제주 등은 3년간 1건도 없었고 대전ㆍ충북ㆍ경남은 1건에 불과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의료사고에 관한 의료기관의 책임 범위가 법률적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의료분쟁 심사조정 제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연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의료사고 사망자수에 대한 공식 통계는 아직 없으나 미국ㆍ영국 등의 사례에 비춰볼 때 적어도 연간 수천명은 될 것"이라면서 "의료분쟁을 조정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각종 의료사고로 인해 연간 10만여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영국에서도 연간 의료사고 사망자수가 3만명에 달한다는 비공식 통계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