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사통팔달, 사물인터넷] "상생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 만들자"… 네이버의 도전

웹소설 '베스트 리그' 신설… 인기 끈 작품은 바로 승격
콘텐츠 질·독자 만족 높여
조석 등 인기 웹툰작가 발굴
'베스트 도전' 통해 정식 등단 수익 올리는 구조 만들어

네이버 웹소설 '베스트리그'의 웹페이지. 네티즌들이 선호하는 순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사진제공=네이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모바일 버전의 '베스트 리그' 화면. 수많은 소설 콘텐츠가 등록돼 있고, 조회수가 100만건을 넘는 작품들도 있다. /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는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정보기술(IT) 시대를 살고 있는 콘텐츠 공급자와 소비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콘텐츠 생태계 실험이다.

지난 20년간 IT 기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콘텐츠 생태계가 쫓아가지 못했다. 마구잡이 식의 난개발이 이뤄진 상황이다. 기술만큼이나 콘텐츠 생태계가 중요하지만, 콘텐츠 생태계는 질서없는 혼돈의 시대를 맞았다. 미국의 경우 애플이 질서없이 유통되던 디지털 음원 생태계를 '아이튠즈(iTunes)'로 정리하고, 혼돈에 휩싸여 있던 음원시장에 하나의 질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애플까지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지난 20년의 세월 동안 아날로그 콘텐츠가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우리나라의 만화, 소설,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정체성을 잃고 방황했다. 이들 콘텐츠에 대한 생태계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어디에 유통시키고 어떻게 수익을 얻어야 할지 막막했고, 소비자도 질 좋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없었다. 모두에게 발전한 IT 기술은 허울만 좋은 껍데기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네이버는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 '베스트 리그'를 지난 15일 만들었다.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서로 발전하는 시스템이다. 고품질 웹소설을 볼 수 있는 베스트 리그는 프로축구로 따지면 1부 리그다. 2부 리그쯤 되는 '챌린지 리그'에서 독자들에게 인기를 끈 작품들은 바로 이 베스트 리그로 '승격'된다. 이 베스트 리그에서는 아마추어와 프로 작가 사이에 있는 '프로추어' 작가들이 활동한다.

베스트 리그 출시와 함께 공개된 작품은 263편이다. 챌린지 리그에서 연재되는 작품이 6만6,000여 편이니 약 0.4%만이 베스트 리그로 올라간 것이다. 이용자들이 좋은 웹소설을 선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함으로써 콘텐츠 질과 독자들의 만족도가 동시에 높아질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이 시스템의 선순환이 이뤄지면 좋은 콘텐츠는 갈수록 많이 나오게 된다.

아마추어, 프로추어로 이어지는 시스템의 종착 단계는 '베스트 도전'이다. 베스트 도전은 정식 프로 웹소설 작가로 등단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이 생태계가 이미 적용된 '네이버웹툰'에서는 조석, 제나, 232, SIU 등 많은 인기 웹툰 작가들이 발굴됐다. 네이버웹툰 작가 절반 이상이 '도전 만화'와 '베스트 도전'에서 발탁된 작가들일 정도다.

생태계 질서가 잡히면서 IT 시대 콘텐츠 생산자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인기 웹툰 작가 '이말년'은 "현재의 웹툰 생태계는 '할리우드'"라며 "네이버웹툰 등에 연재하고 배너 수익 등을 합치면 정말 많이 벌 때도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생태계는 아직도 많이 어렵지만, 10여 년 전 만화나 소설이 IT와 융합되지 못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방황하던 때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웹툰과 웹소설 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도 상시로 열리는 공모전을 통해 프로추어 수준의 작품들이 네티즌들에게 새롭게 선보인다. 온라인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플랫폼 그라폴리오(http://grafolio.net)의 경우 '도전 크리에이터' 코너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상시로 열리는 '챌린지 공모전'에서 당선되면 그라폴리오에 정식으로 작품을 등록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자격이 부여된다.

또 짧은 글, 그림 등 단편 콘텐츠도 '포스트' 생태계로 재편한다. 포스트는 사진, 에세이, 연애, 심리테스트 등 가벼운 콘텐츠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네이버는 지난 3월 '포스트 작가 학교'라는 이름으로 유명 상사들과 포스트 작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창작 노하우 전수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또 '도전 포스트' 공모전을 시작으로 신인 작가 발굴에 나섰다. 접수는 이번 달 말까지로 좋은 작품들이 많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박호현 green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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