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인들에게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로봇 배우로 아직은 더 유명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지난주 새로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등극하고서도 여전히 할리웃 배우로서도 상종가를 치고 있다.
주지사 배우라는 그의 타이틀이 할리웃 영화계의 자존심을 크게 되살려 준 듯 할리웃은 자못 흥분상태다. 배우 출신 주지사를 되도록 할리웃에 많이, 자주 불러들여야 한다며 이들은 벌써 달콤한 `러브 콜`을 보냈다.
추수감사절 직후 LA를 들썩거리게 하는 유명한 할리웃의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에 `그랜드 마셜로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그것. 아직 슈워제네거의 수락 답변은 받지 못했지만 할리웃 명예시장인 자니 그랜트 등 관계자들은 그가 승낙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랜트 시장에 따르면 슈워제네거는 할리웃 배우 초년병 시절, 할리웃 블러버드의 코너에 앉아서 화려한 퍼레이드를 경이로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나는 언제나 저 퍼레이드 차량에 탈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하고 물었다.
그의 꿈은 1990년 그랜드 마셜로 선정되면서 이뤄졌다. 따라서 그가 이번에는 그가 성공한 배우로서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최고 정치인의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롤 모델로 다시 한번 그랜드 마셜을 맡아주길 바란다고 그는 말했다.
또 지난 주말에는 할리웃 부근을 남북으로 지나는 코헹가 블러버드 노변 고층빌딩에 슈워제네거의 초대형 얼굴이 그려졌다. 갑작스럽게 출현한 그의 선글라스 낀 얼굴은 새 주지사의 당선을 축하해서가 아니고 출시 예정인 `터미네이터 3` DVD와 비디오 홍보용으로 나온 것이다.
코헹가 블러버드 3200 블럭의 높이 40피트 고층빌딩 벽면의 광고는 그의 얼굴사이즈만 3층 크기여서 근처를 지나는 할리웃 프리웨이의 운전자들에게도 환히 보이는 대형이다. 워너브라더스사의 이 광고는 슈워제네거를 거물 정치인으로 보기보다는 아직은 할리웃의 근육질 배우로서 더 친근하게 여긴 아이디어로 보인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벽광고는 곧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LA시 건축과는 이 벽광고가 불법이라고 선언했고 그에 따라 시검찰은 16일 건물주 로버트 데이비스를 6건의 건축법 등 위반 형사혐의로 기소했다. 그가 기소된 혐의는 유죄로 확인되면 1건당 최고 6개월간의 징역과 벌금 1,000달러가 부과된다.
<이정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