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검사에 속은 가짜 CIA요원

대검이 뽑은 2007년 황당·엽기사건
채팅서 만난 그녀… 알고보니 40대유부녀
내연녀 딸 나체사진 찍어 협박 파렴치범도

‘가짜 CIA요원 사칭 사기’, ‘내연녀의 딸까지 탐낸 파렴치범’ 등등. 대검찰청이 올 한해 수사했던 사건 중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엽기적인 사건들을 선정해 26일 발표했다. ◇가짜 CIA요원과 가짜 검사= 한모(61)씨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 담당관을 사칭하며 경남지역 조선업체 사장들에게 접근, ‘해외펀드 투자를 지원해주겠다’고 속여 19억원을 받아챙긴 혐의(사기)로 구속됐다. 그런데 남편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던 한씨의 아내 장모(56)씨도 사기를 당했다. 장씨는 자신을 ‘부산지검 검사’라고 소개한 최모(54)씨가 남편 구명을 위해서는 “담당검사에게 술접대를 하고 언론에 로비를 해야 한다”고 한 말에 속아 8차례에 걸쳐 7,510만원을 뜯긴 것이다. 최 씨는 지난 3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지만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인터넷서 사귄 ‘그녀’, 알고 보니 40대= 20대 A씨는 인터넷 게임을 즐기던 중 채팅으로 같은 또래의 여성 B씨와 친해지면서 이메일로 사진을 주고 받고 수 개월 동안 전화통화도 하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비록 오프라인에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B씨를 사랑하게 된 A씨는 “스키장에서 사고가 났는데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B씨의 전화를 받고 86만원을 송금했으나 그 뒤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B씨를 사기죄로 고소했고 검찰 조사 결과 놀랍게도 B씨는 20대가 아닌 46세의 유부녀로 드러났다. 서울 동부지검은 B씨가 사업실패와 남편 간병 등을 위해 범행에 나선 점 등을 감안해 벌금 3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내연녀의 딸까지 탐낸 파렴치범= 40대의 A씨는 B(여)씨와 내연관계로 지내던 중 B씨의 딸 C양이 대학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사실을 알고 해당 대학 교수인 것처럼 전화를 걸어 “면접 때 보고 마음에 들었다. 벗은 몸을 보여주면 합격시켜주겠다”고 접근했다. C양은 A씨의 지시에 따라 으슥한 골목에서 나체를 드러냈고 A씨는 멀리 떨어진 승합차 안에서 얼굴을 숨긴 채 사진을 찍었다. A씨는 교수인 척 C양에게 다시 전화해 “네가 40대 남자와 성관계하는 장면을 사진 찍어 보내지 않으면 나체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A씨를 찾도록 유도했다. 예상대로 C양이 울면서 연락하자 A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나도 난감하지만 그 사람이 해 달라는 대로 해주자”며 성관계를 했고 그 후에도 “그 사람이 나까지 협박한다. 이번에는 동영상을 보내달라고 한다”고 속여 재차 성관계를 가졌다. 결국 A씨는 C양의 신고로 뒤늦게 만천하에 드러났고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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