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악재가 겹치며 920선으로 추락했던 국내증시가 불안한 반등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충격을 경험한 시장은 이날 반등의 강도와 폭보다는 지수 920선 또는 900선 지지 여부에 관심이 쏠려있는 형편이다.
주가 급락을 불렀던 미 경제지표 악화와 기업실적 부진이라는 '후속타'가 대기중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반등
전날 22.22포인트 급락하며 925선으로 추락한 종합주가지수는 19일 오전 11시10분 현재 9.08포인트 오른 934.08을 기록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6.65포인트 반등한 436.38을 기록하며 일단 43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반등의 힘이 강하지 못해 증시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수 향방의 방향타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가 여전히 약보합권에 머물며 위축된 투자심리를 완화하는데 부담이 되고 있다.
또 이날 새벽 미국 뉴욕 증시도 혼조세로 장을 마친 데다 유럽 증시는 필립스의 실적부진에 휘말려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나스닥지수는 4.77포인트(0.25%) 오른 1,912.92로 마감했으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6.26(0.16%) 내린 10,071.25로 장을 마쳤고, 독일 DAX지수와 영국 FTSE 100 지수는 각각 2.55%, 1.32% 급락했다.
이 같은 미 증시 혼조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들이 '팔자'를 지속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시각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343억원을 순매도, 전날에 이어 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 미국발 후속타 가능성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에 이어 곧바로 나타났지만 크게는 미국 경제 회복 둔화 우려와 개별 기업의 실적부진으로 인한 미국발 쇼크로 진단하고 있다.
또 조만간 발표될 미 주요 경제지표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데 시장의 컨센서스가 모아져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생산자물가(PPI.19일 이상 현지시각), 소비자물가(CPI.20일), 3월 경기선행지수(21일) 등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특히 주식시장에 영향이 큰 3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의 0.1% 상승에서 0.3% 하락으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9일에는 판매부진 등의 악재가 겹친 GM과 인텔, 20일에는 순익악화를 경고한포드와 모토롤라 등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실적 결과와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따라 주식시장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 MSCI(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의 2차 대만비중 확대에 따라 한국증시에서 외국인이 일정 부분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김무경 애널리스트는 "2차 대만 비중 확대에 따라 한국은 9억∼12억달러가 순유출되고 대만은 47억∼58억달러 순유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900-920선 지지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미국발 악재의 영향권에서 국내 증시가 예외일 수는 없지만 국내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여전히 튼튼하고 하반기부터 정보기술(IT) 업체를 포함해 주요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차 지지선을 920선 또는 900선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우증권 한요섭 애널리스트는 "미국발 하락 위험이 증폭되면 1차 지지선은 908∼920 구간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908선은 12개월 이상 예상 주당순이익(EPS)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7배인 수준이며 920선은 120일 이동평균선이 놓여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한 애널리스트는 "이 지지선이 무너지면 과거 자산가치 측면에서 역사적저점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인 870선이 2차 지지선이 될 것"이라며 900선 이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동원증권도 해외 증시가 현 가격대를 중심으로 저점을 형성하면 국내 증시는 지수 920선에서 지지력을 발휘하고 해외 증시가 '패닉(공황)' 국면으로 치닫거나 경기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지수 900선을 중심으로 강한 지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동원증권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결정이 예정돼 있는 내달 초까지는 바닥 다지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지수 900선이 이번 조정 과정의 저점이 될 확률이 높다면서 과거1,000선에 도달했던 3차례 모두 경기의 급격한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시기였지만이번에는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주가수익비율이 지난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상으로도 양호한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수가 900선 부근에서 지지 되더라도 당분간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등시 일단 현금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수가 반등하면 일단 주식 비중을 축소해놓고 다음 지지선형성 과정을 확인한뒤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지수가 900선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고 외국인의 매매 추이도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굿모닝신한증권은 강조했다.
교보증권도 "지수가 95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이어져온 중기상승추세에서 이탈했다"고 진단하고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950선에서 막힐 것으로예상되며 투자심리가 안정되기 전까지 섣불리 바닥을 예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