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기업은 직원의 행복을 빚어내는 일터" [CEO&Story 살며 사랑하며…]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절대 해고말라"…한가족 경영철학 중시IMF때도 구조조정 않고 사재털어 충당최고급 원료만 고집 '타협없는 품질관리'건실한 재무구조로 글로벌 위기 빛발해 김흥록기자 rok@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일전에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과 점심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다. 김 회장은 가벼운 반주로 막걸리를 권하더니 기자에게 “술은 석 잔만 마시는 게 좋지”라고 충고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세 잔이 넘어가면 술을 더 이상 즐겁게 마실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주량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의 ‘술 석 잔 예찬론’에는 아마도 어느 자리에서나 실수하지 않고 일평생 술을 즐기기 위한 나름의 인생관이 배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도 딱 필요한 만큼만 따르고 절대로 넘치는 법이 없다. 누구라도 그와 얘기를 나눠보면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한결같이 올곧은 인생을 지켜온 ‘안분자족(安分自足)’이라는 옛말을 떠올릴 듯싶다. 그가 대를 이어 50년째 이끌어온 회사 경영도 마찬가지다. 회사 이익은 매출의 5%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요즘으로 치면 딱 은행 이자만큼이다. 술이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듯 김 회장에게 사업이란 단지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돈을 많이 벌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쯤 웬만한 갑부 반열에 올랐을 법한 내공을 갖추고 있지만 우직하게 도자기 만드는 데만 한평생을 바쳐왔던 그다. 김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도 바로 ‘행복한 기업’이다. “큰 기업으로 덩치를 키우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주는 것도 좋지만 먼저 직원과 그 가족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인터뷰 내내 몇 차례나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그가 평생의 경영철칙으로 삼아왔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작은 데서 기쁨을 찾고 주변 사람부터 배려하는 특유의 행복론이야말로 한국도자기를 50년째 든든하게 지켜온 버팀목이다. 사실 한국도자기 직원들만큼 한가족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곳도 없을 듯하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단어는 한국도자기의 특성과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일종의 키워드인 셈이다. 김 회장이 가장 중시하는 경영철학은 “직원을 절대 해고하지 말라”다. 실제 그는 단 한 번도 직원을 강제로 내쫓은 적이 없다. 함께 고생해온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의 결심에는 남다른 내력이 숨겨져 있다. 지난 1960년대 후반 충주공장의 소성로(가마) 위에 뒀던 드럼통에 불이 붙은 적이 있었다. 드럼통이 터지면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김 회장이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달려갔더니 직원들이 너나없이 소성로 위에 올라가 불을 끄고 있었다. 도자기 원료인 백토를 뿌리면 불이 꺼질 수도 있었지만 다들 아깝다며 옷으로, 몸으로 가마를 끌어안고 불을 끄고 있었다. 김 회장이 백토를 쓰라고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직원들은 백토를 퍼부었고 불이 꺼졌다. “생명을 걸고 회사를 지키는 사원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더군. 회사에 빚이 많던 때였지만 나중에 빚을 다 갚으면 꼭 이 사람들과 평생 함께 가겠다고 마음먹었지.” 하지만 그의 굳은 맹세는 IMF 사태를 맞아 첫 시험대에 올랐다. 판매가 곤두박질치자 산업계에 정리해고가 유행처럼 번졌다. 김 회장은 남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사재 150억원을 털어 몽땅 회사에 헌납한 것이다. 김 회장은 “개인재산을 회사에 투자하고 나서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는 절대 없다고 선언했다”며 “직원들이 해고 걱정이 없으니까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전념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실제 ‘아무 근심 없이 혼을 불어넣어야 좋은 도자기를 만든다’는 것은 김 회장의 지론이다. 어쩌면 직원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더 좋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작은 체구에 조근조근한 말투지만 도자기에 대해서는 한치의 타협도 없다. 비용이 많이 들어도 원료는 한사코 최고급만을 고집한다. 한국도자기 제품에 쓰이는 금 장식은 모두 24K다. 본차이나의 원료가 되는 본애시(고순도로 정제한 소 뼛가루) 사용량은 세계 도자기업체 중 으뜸이다. 본애시가 많이 들어갈수록 명품이 나온다는 생각에서다. 무서울 만큼 품질에 집착하는 일화도 있다. 1978년 김 회장은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애틀랜타 국제도자기쇼에 출품했다가 참가업체 200개사 중 200위를 기록하는 망신을 당했다. 바이어들은 꼴등을 먹은 김 회장 앞에서 박장대소했고 귀국 후 김 회장은 와신상담하며 오직 연구개발에만 매달렸다. 무늬를 새기는 전사지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무공해 위생식기를 만들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따냈다. 그로부터 7년 후. 1985년 시카고 국제도자기쇼에서 한국도자기는 1위를 차지했다. 김 회장은 지금도 품질 향상에 필요하다면 통 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최신설비가 나올 때마다 수시로 거금을 들여 기계를 바꾸고 있다. 영국의 전사지 전문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의 신소재공학 전문가 등 해외 곳곳에서 5명의 전문가들을 기술고문으로 영입했다. 직원들의 혼을 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재료와 기술로 만드니 명품이 안 나올 수 없다. 한국도자기는 웨지우드ㆍ빌레로이앤보흐 등과 함께 세계 5위권에 꼽힌다. 하지만 김 회장이 생각하는 성공의 비결은 따로 있다. 바로 빚이 한 푼도 없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빚이라면 지긋지긋하다. 선친의 부름을 받아 처음 한국도자기에 발을 들인 1959년. 회사는 연이자 50%에 달하는 사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밤새 물건을 만들어 아침에 남대문시장에 내다파는 고된 생활이 이어졌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 회장은 당시 아침마다 ‘빚만 없앨 수 있다면 영혼을 바치겠다’고 간절히 기도했다. 10년간에 걸쳐 빚을 다 갚은 후 김 회장은 지금까지 빚을 한 푼도 지지 않았다. 그의 무차입 경영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빛을 발하고 있다. 레녹스ㆍ웨지우드 같은 굴지의 도자기업체들이 빚더미를 견디지 못해 줄줄이 파산했다. 김 회장은 건실한 재무구조로 따지면 한국도자기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빚이 없는 사람은 그 고통을 몰라. 처음 사장을 맡았을 때는 빚 없이 직원들 월급과 거래처 대금을 주고 서울 종로5가에 내 가게 하나 갖는 것이 최대 목표였지.” 한국도자기는 지금 종로5가에 직영점이 있다. 물론 빚도 없고 거래처에는 기일 하루 전에 현금결제를 해준다. 그는 지금 당장 세계 최고의 갑부가 와서 자리를 바꾸자고 해도 거절하겠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이 그에게는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 회장이 아무 욕심 없이 그냥 머물러 있기를 즐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감히 베팅할 때와 그냥 물러설 때를 냉철하게 감별해내는 사업가적 본능은 그를 지탱해온 힘이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포부는 크게 갖고 목표는 작게 잡아야 해. 달성 가능한 목표이지. 목표를 달성했을 때 기쁨과 보람은 그 다음 목표를 잡는 원동력이 되지. 그렇게 하다 보니까 지금 위치에 와있는 거야.” 김 회장은 이제 ‘글로벌 톱’이라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김동수 회장은… ▲1936년 충북 청주 ▲195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도자기 입사 ▲1968년 대한도자기 공업협동조합 이사 ▲1969년 청주대 경영학과 강사 ▲1974년 한국도자기 대표이사 사장 ▲1978년 대한검도회 회장 ▲1979년 세계검도연맹 부회장 ▲1984년 한도통상 회장, 수안보파크호텔 회장 ▲1986년 한국도자기 회장 ▲1991년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 회장 ▲1995년 민주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충북부의장 ▲1998년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