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황제의 무덤을 훔치다

■웨난 외 지음, 돌베게 펴냄
'지하 보물창고' 황릉 훔치는 도굴꾼들


'천하에서 70여만 부역자를 보내 지하수 세 곳을 뚫고, 아래에 구리를 녹여 깔고 그 위에 관곽을 두었으며, 황제가 쉬던 궁실인 궁관에서 기이한 물건을 옮겨다 가득 채워 놓았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기록한 진시황릉에 관한 기록이다. 3000여년전 삶에 대한 미련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아름다운 신화로 발전하자 인간들은 무덤을 새 집으로 여기고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했다. 중국 한나라 황제들은 전국에서 거둔 세금의 3분의 1을 능묘 조성에 쓸 만큼 사후에 머물 '새 집' 꾸미기에 사력을 다했다. 수많은 부장품들이 묻힌 황릉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도굴꾼들에겐 지하 보물창고로 여겨졌다. 황릉이 도굴꾼들의 표적이 된 것은 당연지사. 중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수십년간 중국에서 도굴 당한 무덤은 적어도 20만여좌에 달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고고학 전문작가인 웨난은 중국 역대 도굴 사례를 중심으로 중국 문화재 훼손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황제들의 흥미로운 사후 이야기를 곁들인다. 저자는 중국의 방대한 사료를 꼼꼼히 조사하고 능묘 헌장을 답사하면서 문물기관과 공안 담당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중국의 도굴역사를 되짚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현대인이 역대 도굴 사건과 인류 자신의 문명을 훼손한 죄악에서 교훈을 얻어, 중국 문명과 세계 문명의 열매를 끝까지 보존할 방법을 함께 찾기 바란다'고 밝혔다. 도굴꾼들의 행적을 추적하는 긴박한 과정을 소설처럼 풀어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문화재 도굴의 역사는 인디언 존스에 버금가는 액션 스릴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