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가 8인 통해 중국 현대미술을 보다

아르코미술관 '신중국미술' 전
차이나 아방가르드 1세대 쉬빙, 신세대 감수성 대변 위앤위앤 등
20~50대 다양한 작품 선보여

중국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표현한 송이거의 '하늘사다리'

먀오샤오춘의 '무중유생'

중국의 현대 미술은 '개혁 개방'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세계적인 주목의 대상이 됐다. 오랫동안 중국의 예술가들은 시대 비판적이거나 실험적인 작품을 지향했고, 비판 정신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1985년 '85 신사조 미술'을 기점으로 중국 미술은 서구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데올로기는 축소되고 관념예술이 성행하게 된다. '85 신사조 미술'은 1980년대 중반 중국 미술계에서 일어난 새로운 예술 운동으로 서양의 모더니즘을 도입한 현대주의적인 청년 미술 사조를 일컫는다. 최근 10여년 동안 중국 현대미술은 전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중요한 축을 형성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한ㆍ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8인의 작품을 모은 '@What: 신중국미술'전을 오는 3월말까지 개최한다. 중국 현대미술계에서는 중국식 실험예술이 시작된 1980년대 후반 작업을 시작한 중견작가들부터 중국 정부가 1가구 1자녀 정책을 편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바링허우(八零後) 세대 작가들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중견 작가들부터 젊은 작가들의 작업까지 두루 다뤄 중국 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꾸몄다. '차이나 아방가르드' 1세대로 분류되는 쉬빙(58), 아방가르드 중심의 현대미술 흐름에서 벗어나 장르의 다양화를 추구한 먀오샤오춘(49),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모색한 리후이(36)와 왕웨이(41) 등이 참여했다. 또 1970년대 출생 세대와 1980년대 출생 세대 간의 정서적 간극을 드러내는 원링(37)과 중국 신세대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위앤위앤(29), 송이거(33), 천웨이(33) 등 모두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쉬빙의 출품작은 영문 서예의 최신작 '춘강화월야'로서, 중국 전통 서예 필법의 연장선 상에서 창작됐다. 영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모를 이용해 한자를 재구성하고 중국인들이 잘 알고 있는 '춘강화월야'라는 옛 시문을 활용해 동양 문화의 한복판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쉬빙은 '소리와 의미'라는 언어의 약속을 파기해 목판에 새긴 2,000여개의 한자를 해체와 조합을 통해 소리와 의미가 없는 순수한 형태로 변모시킨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쉬빙은 시각 예술의 본질은 '가시성(可視性)'이지 '가독성(可讀性)'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뉴 미디어 아트를 대표하는 먀오샤오춘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주제로 영상과 회화, 3D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네오 큐비즘-무중유생'은 영상을 투사하는 매개체로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큐브를 사용, 라파엘의 '아테네 학당'이나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등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명작을 새롭게 해석한다.

리후이는 레이저 기기를 활용해 현란한 빛이 내려 앉는 오브제를 설치하거나 컴퓨터를 통해 왜곡, 변형된 형태의 조각 작품을 창작한다. 이를 통해 21세기 중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파급되는 혼란의 상황을 묘사한다. 왕웨이가 이번 전시에 내놓은 '선전 파빌리온'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흔히 존재하는 선전용 게시판에 중국 전통 건축 양식을 어색하게 결합한 구조물을 재현했다. 위앤위앤은 '물거품'을 통해 경제적ㆍ사회적 신분 상승을 위해 여념이 없는 중국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원링은 '8PM'에서 하룻동안 자신이 겪는 일상의 행위를 만화의 형식으로 표현하면서 현실을 희화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표현한 송이거의 '하늘 사다리', 소멸되고 있는 감각의 가치를 복원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천웨이의 '새 한 마리의 소생을 기다리며' 등의 작품이 이번 전시회에 선보였다.

이한신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중국이 글로벌 체제에 편입되면서 인터넷을 매개로 한 정보화가 화두로 떠올랐다"며 "이런 추세를 작품에 적극 반영하면서 중국현대미술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 작가 8인의 작품을 통해 중국 미술의 오늘과 내일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02) 760~4605.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