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현실화 좋지만 시기 조절해야

기업 "가뜩이나 경기 안 좋은데 또 전기료 인상 폭탄…"
정부 내달 4% 인상 추진
산업용 1년새 20% 올라
철강업체 등 적자에 한숨


유럽발 경제위기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정부의 소나기식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신음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가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조만간 또 한 차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만만한 게 기업이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전문가들도 전력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 상황은 시기가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전력소비 성수기를 앞두고 전기요금을 추가로 평균 4% 안팎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번에 6~7%가량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업들은 보고 있다.

이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이 최근 1년 새 20% 가까이 오르게 되는 셈이다. 기업들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8월 6.1% 오른 데 이어 4개월 만인 12월에 또 6.5% 인상됐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이미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기업들에 이 같은 집중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이중의 부담으로 기업의 실적악화와 경기후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기업들은 전기요금이 추가로 오르면 연간 최대 수백억원대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력난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수출경쟁력 저하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철강업계는 전기요금이 추가로 인상될 경우 적자수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재 1톤의 철강제품을 만드는 데 5만~6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발생하는데 전기요금이 20%가량 오르면 1톤당 1만원가량 가격상승 요인이 생긴다. 최근 상당수 철강제품의 1톤당 수출마진이 2,000~5,000원 정도에 불과하고 경기침체로 수출단가 인상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추가로 오르면 당장 적자수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성을 갖추고 정부의 절전대책에도 적극 협력해왔는데 마치 기업들이 전력난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기업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국가적인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재계가 전기요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전기요금이 올라도 제품생산을 위해 전기사용량을 줄일 수 없는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해달라는 것"이라며 "기업들은 이미 전기를 충분히 아껴 쓰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전력낭비가 심한 상업용ㆍ가정용 전기요금을 같이 현실화해 전체 전력소비를 줄이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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