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의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한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이 열린우리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당정 협의과정에서 상당 부분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의 우리당 채수찬 의원은 8일 “금감위가 내놓은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의 역할 분담안은 사실상 금감원의 권한을 크게 강화시킨 것”이라며 “관치금융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채 의원은 “이 같은 점에 공감하는 몇몇 의원들과 개선방안을 놓고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금융감독 개편안 재검토의 배경에는 정부가 정치권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한 일종의 ‘괘씸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무위원들과 당정 협의를 갖고 뒤늦게 ‘협조’를 요청했지만 부정적인 대답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희선 의원은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은 국회이지 금감위가 아니다” 며 “금감위가 관할 상임위인 정무위와 사전 협의 없이 정책을 결정, 발표한 것은 권한 침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문학진 의원도 “11일 정무위 국감에서 금감위의 역할 분담안에 대한 집중 추궁이 있을 것”이라며 “문제가 드러나면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해 사실상 금감위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무위에서 활동중인 한나라당 의원들도 대부분 금감위안에 반대하고 있으며 고진화 의원은 공청회까지 계획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