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대전충청권 투기조사와 중개업소 입회조사 등 최근 잇달아 내놓은 투기대책의 중간 결과를 11일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국세청은 통상 투기조사 착수사실만 공표하고 추징세액 등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조사가 완료되지도 않았는데도 중간 결과까지 서둘러 발표한 것은 정부의 투기차단의지를 부동산시장에 재차 전달하고 최근 고삐가 잡혀가고 있는 부동산가격 안정에 탄력을 붙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단기 반짝 효과 불구 중ㆍ장기 효과는 미지수=국세청이 4,000여명의 조사인력을 투입하는 등 초유의 행정력을 동원했음에도 추징세액이 400억원에 불과해 요란한 투기조사에 비해 기대이하라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모든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앞으로 추징세액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투기행위에 대해 무거운 세금을 부과시켜 부동산 투기심리를 원천봉쇄한다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특히 잦은 투기조사로 항생제처럼 `투기조사내성`만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의 `인해전술`은 일단 투기판으로 얼룩진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는 데는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개업소 입회조사 및 모델하우스 현장 단속으로 일시적으로 부동산 거래 자체를 억제하는 `반짝 효과`는 충분히 거둔 셈이다. 실제로 급등하던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과 재건축 아파트값은 조사착수 이후 수천만원씩 떨어지는 등 하양 안정세가 뚜렷하다. 다만 현장 단속과 입회 조사가 무기한 실시되기 어렵고 380조원의 부동자금이 생산자금으로 이동하지 않는 한 국세청의 투기조사 카드는 단기 충격요법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 투기 수법=기업형 원정 `떴다방`과 회사 돈으로 부동산투기를 일삼은 기업인, 남편으로부터 거액을 증여받아 아파트를 28채나 취득한 `복부인` 등 다양한 투기숫법이 국세청 조사결과 드러났다. 서울 강남소재 A부동산은 지난 2000년부터 경기도 용인과 강원도 양양ㆍ충남 서산 등 전국의 개발예정지 임야 15필지 11만2,000평을 150억원에 사들인 뒤 매각이 쉽도록 100~150평단위로 필지를 분할했다. 이후 60여명의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고객을 유인한 뒤 474명에게 2~4배 이상 비싼 값에 되팔았다. A법인은 세금을 탈루할 목적으로 이중계약서를 작성, 매출을 줄여 법인세 17억1,800만원 등 총28억6,300만원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이사 이모씨는 회사의 공금 6억5,000만원을 횡령,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A사가 지속적으로 `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을 감안해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회사돈을 빼돌려 부동산을 수십차례식 단기양도한 제조업체 대표도 적발됐다. 서울에서 제조업을 경영하는 이씨는 지난 99년 이후 충청권에서만 무려 44차례에 걸쳐 단기 양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19억원의 양도차익을 얻고도 세무신고를 하지 않았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