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영업사원인 한기정(34) 씨는 최근 손가락 크기만한 작은 USB 드라이브 하나만 목에 매고 고객을 찾는다. 고객이 원하는 차량의 정보를 이 드라이브에 담아 고객 컴퓨터에서 고해상도 사진, 사양, 동영상을 보여주고 차량 판매를 권한다. 한씨는 무겁게 들고 다니던 책자보다 고객 반응이 좋아 판매실적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컴퓨터 저장장치의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다. 지난 90년대 중반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을 대체하고 표준으로 자리 잡았던 3.5인치 디스켓이 플래시 메모리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650~700M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각광 받았던 CD도 점차 DVD에 자리를 내줄 기세다. 한편 `저장장치의 제왕`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는 점차 소형화돼 손목시계 크기인 1인치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 전성시대= 올들어 출시되는 일부 최신형 PC에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버가 아예 없다. 대신 메모리스틱, 컴팩트플래시, 시큐어디지털카드 같은 플래시 메모리 전용 슬롯이 장착돼 있다.
삼성전자의 `센스P10`, `센스Q20`같은 노트북 PC나 한국HP의 `파빌리온 t200K` 등이 대표적. 이들 제품은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등 소형 멀티미디어 기기에 주로 사용돼온 플래시 메모리가 이동식 저장장치의 표준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현재 최대 1GB 제품까지 나와 있다. 웬만한 영화 한편을 작은 칩에 담을 수 있는 용량이다. 또 컴퓨터 뿐 아니라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캠코더, 개인휴대단말기(PDA), 게임기 등 전용 슬롯이 있는 다양한 제품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플래시 메모리를 내장한 이동형 저장장치인 USB 드라이브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7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256MB 제품의 경우 디스켓 120장에 달하는 데이터를 마음대로 기록, 삭제할 수 있는데다 USB 포트를 갖춘 PC 어느 제품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CD도 이젠 구식= 최근 잇따라 4.7GB의 대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 DVD기록기가 출시되면서 대용량 저장장치의 총아로 각광 받던 CD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DVD기록기의 경우 CD의 7배 정도의 용량을 갖췄으면서도 그 동안 기록 표준 3가지가 혼재돼 확산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최근엔 3가지 기록표준을 모두 지원하거나 2개 이상의 표준을 지원하는 제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LG전자가 이달초 선보인 `슈퍼 멀티 DVD라이터`의 경우 현존하는 3가지 기록양식을 모두 지원한다. 이에 앞서 소니, 아이오메가 등도 2가지 표준을 지원하는 신제품을 내놓는 등 출시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DVD기록기의 경우 CD와 DVD를 모두 기록, 재생할 수 있고 활용도가 광범위해서 CD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시간문제. 1년전 만해도 대당 50만원에 달했던 가격도 20만원대까지 떨어져 컴퓨터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표준과 가격이라는 양대 걸림돌이 사라짐에 따라 내년말이면 DVD기록기 판매가 CD기록기 판매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손목시계만한 하드디스크= 아이리버가 최근 예약판매 1주일만에 2,500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은 신제품 MP3플레이어에는 10GB의 하드디스크가 장착돼 있다. 대용량 저장장치로 MP3플레이어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인 작은 메모리 용량의 한계를 뛰어 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에는 1.8인치크기의 HDD가 장착돼 있다. 데이터 안정성과 가격대비 저장용량 효율이 높은 HDD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크기를 다이어트하고 전략사용량을 줄이는데 성공한 제품이다. 최근에는 1인치 HDD 제품도 나오고 있어 이들을 활용, 대용량과 초경량이란 소비자 욕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기기들이 봇물처럼 쏟아질 전망이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