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8월 3일] 또 하나의 부실자산 구제금융 프로그램

또 하나의 TARP(부실자산구제금융프로그램)

월스트리트저널 8월 2일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소기업지원법’을 제정해 자신이 반기업적 이라는 주장을 반박해 왔다. 중소기업지원법은 자산규모가 100억달러 미만인 지역 은행에 30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에 120억달러 규모의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당신이 지난 18개월 동안 이 법안이 실체가 무엇인지 주의 깊게 관찰했다면 아마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그래서 요점이 무엇인가?”

법안 내용에는 기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창업 기업에도 일시적으로 제로에 가까운 소득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1~2년 정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며 곧 폐기된다.

중소기업 대출 펀드를 조성한다는 법안 내용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일까. 믿기 어렵겠지만, 펀드는 새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서 충당된다. 이 펀드는 미 재무부가 대주주인 소형 은행들이 300억 달러를 출연해 조성된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하고 싶지 않아도 교대로 대략 300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중소기업에 집행해야 한다.: 아마 대출을 받게 될 많은 중소기업들은 수익성이 보장된 분야가 아닌 재생 에너지 개발과 같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분야에 억지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번 법안이 실행될 경우 어떤 양상이 벌어질지 크게 두 가지 가정이 존재한다. 하나는 은행들이 영리하게 대출을 집행해 많은 돈을 벌어들여 미 재무부가 이 돈을 우선주에게 배당금으로 지불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중기대출을 통해 자신의 금고를 채우는 것과 다름없다.

다른 가정은 은행들이 잔고가 바닥을 드러낼까봐 미 정부의 주문과 달리 대출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점이다.. 미 정부가건강보험 개혁에 쓰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감세안을 폐지하고 자본세, 소득세를 늘리며 중소기업 대출을 통한 배당금 늘리기에만 나선다면 중소기업들은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두 가지 가정 모두 중소기업지원법이 큰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법안에서 세제 혜택의 규모는 120억 달러에 그친다. 그러나 양원 의원들로 구성된 세제 합동위원회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법안과 향후 증세를 통해 6,00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절반이 중소기업을 금고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선심성 세제 혜택으로 무려 50배에 달하는 돈을 거둬들이는 것과 다름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왜 사람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반기업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곰곰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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