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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서경금융전략포럼의 주제 강연을 맡은 김연희(사진) 보스턴컨설팅그룹 시니어 파트너는 금융회사들에 기초체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팍팍해진 매크로 경제 환경의 변화 및 까다로워진 규제 움직임 속에서 수신기반 확보와 선제적 디레버리징(de-leveragingㆍ부채감축) 등의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울러 현금 유동성 확보로 금융기관의 의존도가 떨어지고 있는 대기업보다는 우량 중소기업의 확보가 향후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에서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금관리ㆍ지급결제ㆍ신탁ㆍ사무수탁 등으로 수수료를 받는 '트랜잭션 뱅킹(Transaction Banking)'이 은행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부각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아 청중들의 주목을 끌었다.
로컬 부문에서 핵심역량을 키우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탁월한 전문성에 기반한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어야 글로벌화도 가능하다는 현실론에 입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 산업과 관련한 시사점도 눈길을 끌었다.
김 파트너는 "보험사에 대한 가치평가가 상품 차별화 중심에서 우량 고객 확보, 효율적인 채널 관리 등으로 옮아가면서 보험업종의 장벽도 허물어지고 있다"며 "이는 고객들의 보험상품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은퇴시장을 잡기 위한 금융기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신 기반 확충위해 인구변화 주목해을
김 파트너는 다우존스 지표를 비교해볼 때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난 1970년대 오일쇼크와 비슷한 임팩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위기가 1920년대 대공황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유럽 재정위기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파트너는 이번 금융위기가 경제 패러다임의 극적인 변화를 촉발시켰다고 주장했다. 그 변화 양상으로는 중국ㆍ인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캐나다ㆍ호주 지역 금융기관 약진, 제조 부문의 산업 구조조정, 규제 등 정부의 입김 강화, 불황 속 소비 패턴 변화 등이 꼽혔다. 김 파트너는 "실용주의, 금융기관 불신, 고객들의 리스크 감내 수준 하락 등으로 수신 등 영업기반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특히 특정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하지 못한 금융기관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종합금융회사(유니버셜뱅크) 모델과 이머징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곳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필요하다면 저성장 지역과 사업으로부터 과감한 철수도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을 좌우할 강력한 변수로는 인구구조의 변화를 지목했다.
앞으로 30~40년간 인구 피라미드상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이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의 콘텐츠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 아울러 디지털 경제의 적응도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꼽혔다. 그는 "디지털과 관련한 사업계획과 사회적 네트워크 확충도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며 "리테일 뱅킹에서 유일하게 남은 혁신 툴이 바로 디지털"이라고 강조했다.
기업투자금융, 중소기업 발굴에 주력해야
김 파트너는 CIB 분야에서 유니버셜뱅크와 투자은행(IB) 분야에 특화된 은행들이 앞서 가고 그 중간에 자리하던 하이브리드 모델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결과는 규제 환경에 맞춰 고위험 자산을 파는 등 체질 강화에 나서고 있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량 고객 발굴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특히 유동성 여력이 괜찮은 대기업보다는 우량한 중소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백화점식 딜에 가까운 방식을 버리고
철저한 수익성 검증을 기반한 모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파트너는 "이제는 웨어하우스(Ware housing) 모델에서 에이전트(Agent) 모델로 가고 있다"며 "예컨대 마진 및 리스크뿐만 아니라 유통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꼼꼼한 검증을 바탕으로 딜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위험도가 낮고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트랜잭션 뱅킹이 은행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주장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규제 강화로 준법경영에도 신경을
저금리 기조 속에 수익확보는 모든 금융기관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금융위기 발생 이후 정부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금융기관으로서는 컨플라이언스(준법경영)에도 신경 써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최근 정부 주도의 투자자 보호 정책이 봇물처럼 터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파트너는 "IB 쪽에서 사업이 위축되면서 자산관리 부문과 IB 부문의 시너지를 겨냥한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 결과 강력한 리테일 기반 플레이어와 IB를 통해 특화된 IB플레이어가 자산관리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저이자ㆍ저마진 시장에서 어떻게 고객이 원하는 수익률을 만들어주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는 이머징마켓의 중요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 시장 업종 장벽 급격히 허물어져
보험시장은 그간 은행업이라든지 다른 자산업과는 다른 고유한 영역으로 평가 받아왔다. 하지만 금융위기는 이런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변액연금보험의 수익률 등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은 이런 경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파트너도 이런 트렌드가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이 근본적으로 차별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특히 보험상품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 따라왔던 정부 보호형 시장에서도 이런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보험시장이 앞으로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은 보험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어 보험상품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의 추이 및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현재의 비용구조가 과연 유지 가능한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핵심 역량과 사업기반을 구축하는 곳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