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클릭] 퍼스트레이디 외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이 21일 만나고 나면 두 사람이 입었던 옷은 전세계 쇼핑센터에서 동이 날지 모른다.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패션 리더인 미셸, 그리고 가수 출신이자 패션 아이콘인 펑리위안이 어떤 옷차림으로 나타날지 중국 대륙은 벌써부터 요란하다. 미셸과 펑리위안은 자금성을 함께 둘러본 뒤 저녁에는 만찬을 갖고 공연을 관람한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나 홀로 방중 길에 오른 건 미셸이 처음으로 둘의 만남은 퍼스트레이디 외교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두 퍼스트레이디는 공통점이 많다. 나이가 50세(미셸)와 52세로 비슷하고 대중적인 인기가 매우 높다. 두 사람 모두 고학력 커리어우먼 출신으로 미셸(하버드대 법학박사)은 변호사로 활약했고 펑리위안(중국음악학원)은 가수와 군인을 지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미셸은 비만 퇴치운동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했고 펑리위안은 중국 결핵 예방·치료 홍보대사 등 내조를 넘어선 활동에 나섰다.

△미국에서 열정적 퍼스트레이디의 전형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일리노어가 손꼽힌다. 일리노어는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정기 기자회견과 신문칼럼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첫 퍼스트레이디였다. 힐러리는 한술 더 떠 남편인 빌 클린턴과 '공동대통령(co-presidency)'이라고 불릴 만큼 정치적이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도 숱한 화제를 뿌렸다. 중국에는 정치 전면에 나서 권력을 움켜쥐었던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이 있다. 장제스 대만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은 유창한 영어로 미국 외교가를 주물렀다.

△우리나라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남편의 정치적 동반자였다. 그래도 한국에서 퍼스트레이디의 전형을 꼽으라면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다. 육 여사는 한센병(나병) 환자촌인 소록도를 방문하는 등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남편의 부족함을 메웠다. 그런데 육 여사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의 조력' 없이 나랏일을 도맡고 있다. 홀로 분투하는 박 대통령에겐 가산점이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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