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이프온리']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랑이야기
스크린에서도 가을은 한껏 무르익는다. 포스터만 봐도 눈물 뚝뚝 흐를 것 같은 로맨스 영화들이 극장 간판을 수놓는다.
29일 개봉작 ‘이프 온리(If only)’도 그 중 하나. 감정과잉에 빠진 영화는 ‘유치하다’ ‘작위적이다’라는 생각도 언뜻 들게 하지만, 작정하고 ‘한번 울려보겠다’고 덤비는 데엔 이런 비판은 사실 아무 소용이 없다.
이안(폴 니콜스)은 자신에 일에만 몰두하는 젊은 비즈니즈맨. 그를 사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는 일만 생각하는 애인의 무심함에 늘 속상해 한다. 이안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만다가 답답하지만, 늘 잘 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사만다의 졸업연주회와 이안의 투자설명회가 겹친 그 날도 그랬다. 자신의 연주회 날짜도 까먹은 남자친구가 서운하기 그지 없다. 역시 중요한 투자미팅을 어이없게 망쳐버린 애인이 밉기만 하다. 그렇게 다투던 그 날, 사만다는 이안이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이안 옆에 사만다가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하던 이안에게 어제 있었던 일들이 그대로 재현되고, 다시는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그는 운명을 되돌리고자 안간힘을 쓴다.
영화는 마치 잘 짜여진 수학공식을 보는 듯 하다. 그들의 사랑은 다툼마저 달콤하고, 중반부 이후 그려지는 운명적 상황 역시 결말을 예측하기 그리 어렵진 않다. 영화의 주제의식은 “그를 가진 걸 감사해 하고 계산 없이 사랑해라”라는 극중 택시 운전사의 말 한마디로 귀결된다.
너무도 당연한 결론이기에 신선함이 결여된 영화는 한껏 과장된 포장으로 감동을 전한다. 한창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나 권태감을 느낀 커플들 모두에게 ‘가을 분위기 잡는 로맨스물’로 다가가기엔 충분하다.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4-10-26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