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넷 뱅킹미래의 금융모습 어떤 모습일까
TV인터넷 클릭 '거래은행 바꿔'-음성인식 PC로 수입대금 결제
미래의 금융은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있을까.
카드결제일이나 공과금 수납일이면 은행 영업점 창구앞에 길게 줄을 서는 요즈음의 금융거래 풍속도는 반짝 유행했던 「삐삐(무선호출기)」가 불과 2~3년만에 골동품이 돼 구석에 처박힌 것처럼 순식간에 바뀌어 버릴지도 모른다.
「기계」를 못믿어 카드발급을 꺼리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언젠가부터 스스럼없이 현금인출기를 능숙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온라인이라면 고개를 젓고 마는 요즘 구세대들도 몇년이 지나면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사이버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까.
요컨대 현재형의 모든 금융 행태는 순식간에 첨단의 정보통신기술위에 올라타 전혀 낯선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 멀리 볼것도 없이 5년정도만 지나도 휴대형 단말기가 금융을 지배할 것이라는 예측이 공공연하다. 그래서 은행들은 긴박한 구조조정의 와중에서도 인터넷 뱅킹과 E비즈니스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은행과 정보통신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버무려 새로운 「상품」과 「거래질서」를 만들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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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1. 2005년-주부 김씨]
2005년 7월7일 아침 7시. 사이버아파트 5동 702호에 사는 주부 김씨는 경쾌한 음악소리에 눈을 떴다. 간단히 세면을 하고 주방에 가니 예약해놓은 전기밥솥에서 이미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남편과 중학생인 딸이 나간 후 집안정리를 마치고 나니 오전 11시. 그러고 보니 B은행에 예치돼있는 정기예금 5,000만원의 만기일이 오늘이다.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A은행으로 예금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A은행은 그즈음 매일 김씨의 인터넷홈페이지에 안내장을 띄워보내고 생일에 맞춰 3만원짜리 전자화폐 상품권을 메일로 보내는 등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었다.
『생각난김에 바꿔야지…』 김씨는 즉시 TV인터넷을 통해 예금사이트에 접속, B은행의 만기예금을 A은행으로 옮겼다. 그 순간 「예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화면에 떴다. 잠시 다른 일을 보고 있는데, 어느새 신규예금을 확인한 A은행의 프라이빗뱅킹 매니저가 전화를 걸어왔다. 『사모님 정말 감사합니다.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어느덧 오후 4시. 딸과 직장에서 귀가하는 남편을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해야할 시간이다. TV인터넷을 통해 쇼핑몰에 접속, 남편이 즐겨먹는 생선과 딸이 좋아하는 과일을 주문하고 전자화폐로 결제했다.
정확히 30분후 물건이 배달됐다. 김씨는 조리할 수 있게 다듬어진 생선을 자동조리기에 넣고 디저트를 미리 준비했다.
[풍경 2. 2006년-개인사업가 이사장]
2006년8월19일 개인사업가 이철수사장은 침대에 누워 잠에 덜 깬 목소리로 『PC 온(ON)』을 외쳤다. 서너달전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한 음석인식시스템 장착 PC가 제대로 작동해 TV겸용 대형 모니터가 켜졌다. 이씨가 다시 『금융』이라고 외치자 PC는 화면을 이동시킨 후 『안녕하십니까. A은행 토털금융서비스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보안패드에 손을 얹어주십시오』라는 안내멘트를 내보냈다.
이씨는 침대옆 테이블위에 놓인 보안패드 겸용 무선 터치패드(화면의 커서를 이동시킬 수 있는 마우스 대용 보조도구)에 오른손을 얹었다. 다시 PC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문감식 OK. 감사합니다 이철수님. A은행입니다. 어떤 업무를 처리하시겠습니까. 개인·기업중 골라주십시오.』
『기업』 이사장이 짧게 말하자 다시 PC는 부드러운 여성의 음성을 쏟아냈다. 『기업으로 이동합니다. 현재 이철수님 기업자유예금 잔액 11억5,000만원, 외화보통예금 117만3,200달러가 있으며 전액 인출가능합니다.』
여기까지 음성을 들은 후 이사장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무선 터치패드로 금융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화면의 「결제」라는 항목으로 화살표를 이동시켜 가볍게 패드를 두드리자 업무처리 항목이 다시 화면을 채웠다. 「일본 도쿄물산」과 「미국지사」 두 항목을 하나씩 선택해 각각 도쿄물산으로의 수입신용장 개설과 미국 지사 송금 1만달러를 모두 처리했다. 이중 미국지사는 외화통장에서 이체를 선택해 결제를 끝냈고, 도쿄물산건은 화면의 안내에 따라 8월30일로 선적일을 잡아 신용장을 오픈했다.
급한일을 마친 이사장이 『PC꺼』라고 외치자 『감사합니다. A은행 토털금융서비스를 마칩니다』하는 안내멘트와 함께 초기화면으로 잠깐 돌아가더니 모니터가 꺼졌다. 구입시에는 『PC오프(OFF)』라는 음성명령어가 설정돼있었지만 이사장은 영어의 「F」발음이 귀찮아 「꺼」로 설정을 바꿔놓은 터였다.
입력시간 2000/07/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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