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차별화로 사활건다

◎아내같은 아파트·그린 홈·건강아파트·한국형 아파트/독특한 브랜드 잇단 도입… 상표등록까지/지하공간 개발·호텔로비식 설계 등 백태 연출/정수·공기정화서 건강검진시스템까지 설치도「아내같은 아파트」, 「그린 홈」, 「건강아파트」…. 주택시장에 차별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다. 「차별화」가 올해 주택건설업계의 최대과제로 등장했을 정도다. 각 업체들은 올해 경영전략에서 너나없이 주택 차별화및 특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대형 건설사들은 물론 주택전문 중소업체들까지도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있다. 다른 업체와 구별되는 개성을 갖추지 못하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산업이 장기간 불황인데다 미분양 적체가 해소되지 않아 차별화 경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분양만하면 날개 돋친듯 팔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매년 60만가구의 물량이 공급되면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미분양주택은 11만가구에 이른다. 아파트값은 오름세로 전환됐지만 전체적인 부동산경기는 올해도 썩 나아질 것같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같은 환경이 업계를 차별화의 길로 더욱 세차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차별화는 주택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내용 면에서도 조경, 평면, 단지계획, 외벽, 편의시설 등을 망라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다양한 형태의 평면, 미래형 주택의 등장, 공용 공간의 변화가 예상된다. 몇몇 업체들은 올해부터 미래주택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차별화의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아파트 상표」 채택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아파트는 건설업체의 상호를 그대로 붙였다. 그러나 아파트의 특징을 강조한 독특한 브랜드가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아파트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각 업체들이 아파트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상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상표에 대한 반응이 좋은 업체는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그린 홈, 크린아파트」를 상표출원중이다. 오염에서 벗어난 환경주택이란 뜻이다. 선경건설은 집(Home)과 뛰어나다(Excellent)의 합성어인 「호멕스」를 고유상표로 정해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쌍룡건설은 광고 문구로 쓰던 「아내같은 아파트」를 정식 브랜드로 확정, 이미 상표등록을 마쳤다. 한신공영도 「행복예감, 한신아파트」를 공식 상표로 사용할 방침이다. 아파트 형태에 따른 브랜드로는 대우의 「메종리브르」, 선경의 「시티빌」 등이 있다. 메종리브르는 호텔처럼 편안하고 생활이 자유로운 집이라는 뜻으로 지난해 상반기 서울 당산동에서 첫 선을 보였다. 대우는 앞으로 고급 원룸아파트에 이 상표를 붙이기로 하고 최근 상표출원을 끝냈다. 상표에서 시작된 차별화는 곧바로 품질로 이어진다. 업체들은 올해 자사만의 개성과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려 분양률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크게 우리 전통을 살리는 것과 외국풍을 도입하는 두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광주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풍수인테리어」를 올해 더욱 많은 아파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침대, 가구, 방문의 위치를 음행오행설에 따라 변화시키는 것이다. 한일건설의 「한국형 아파트」도 특징적이다. 툇마루가 있는 현관, 초롱과 한지로 마감한 내부, 텃밭이 있는 정원형 발코니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대우는 정자, 소나무숲, 오솔길로 조성한 「대우동산」을 올해 건설하는 아파트에 대폭 적용할 방침이다. 한편에서는 외국풍 주거형태를 내놓기도 했다. 두산, 청구 등은 홈바 설치, 유럽 및 미국형 실내마감 등을 도입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주택 전문가들은 올해가 우리 주택문화가 선진형으로 전환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98년 주택시장 개방을 앞두고 분양가 자율화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에서 비롯됐다. 미래형 주택, 가변형 설계, 지하공간 개발의 다양화, 호텔로비식 설계, 자연친화적인 주거공간, 건강중시형 주택 등이 실험단계를 넘어 현실로 다가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주택차별화의 주요 테마는 수요자 욕구의 충족이다. 건강·환경·다양성·미래형 등이 그 구체적인 요소다. 문제는 분양가에 있는데 고급, 중급, 저급식으로 수요자들을 분류해 공급하는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대우건설 김원주 주택사업본부장의 전망이다. 평면 구조도 다양해진다. LG건설은 대형 평형의 경우 고급빌라와 아파트의 장점을 접목시켜 수납공간과 테마룸 설계에 중점을 두고 소형 평형에는 거실과 침실에 가변형 벽체를 두는 방향으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기로 했다. 동아건설은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점에 착안, 각종 첨단시설을 대폭 늘리고 주거공간을 확장한 재택근무형 복층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건강도 차별화의 주된 소재다. 「건강주택」은 지난해에도 선풍을 일으켰다. 바이오세라믹 온돌방, 황토방, 건강검진기 제공 등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주택에의 건강개념 도입은 올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황토방 시공은 이제 업계 전체로 보편화됐다. 각 업체들은 올해 황토방 이외에 건강룸, 온돌마루, 실내정원 등을 별도로 설치한 건강주택을 선보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올해는 특히 공기정화시스템, 정수시스템 등을 설치하는 업체가 늘고 자연소재를 이용한 건축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검진시스템은 실버주택과 맥을 같이해 등장할 것이다.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실버주택 건립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이들을 수요층으로 개발하기 위한 건강상품 개발은 올해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성종수> ◎인터뷰/이동성 주택산업연구원부원장/성냥갑같은 획일적 주택 소비자 욕구 충족 못시켜/임대주택 공급확대 시급/미분양 임대전환 고려를 『살 곳에 대한 수요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성냥갑같은 획일적인 주택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습니다. 다양한 수요에 따른 개성적이고 차별화된 주택이 공급돼야 합니다.』 주택산업연구원 이동성 부원장은 올해가 다양하고 새로운 주거공간이 공급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주택공급자는 수요자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자는 집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장여건이 달라져 업체들로서도 자연과 함께 하는 집, 노인주택·임대주택·전원주택 등 소비자의 생활 패턴에 따른 여러가지 주택을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부원장은 『이같은 주거수요 변화의 원인은 소득의 증대와 국민들의 생활패턴 변화 등』이라며 『자연환경을 주거환경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만큼 아파트위주의 기존 주택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주택연구원이 서울거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단독주택선호」응답자의 63%가 흙냄새가 나고 나무 한그루라도 키울 수 있는 곳에 살고 싶다는 것을 그이유로 꼽았다. 이부원장은 쾌적한 주택공급을 위해 『도시외곽의 산지와 구릉지를 택지로 개발해야하고 이런 곳에 집을 지을때 자연환경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면 환경파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녹지를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부원장은 『집의 개념이 소유에서 주거로 바뀌면서 서구에서 일반화된 월세형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새로운 주거수요의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가 임대수요의 급증』이라고 지적했다.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병폐를 해소하고 건전한 주택수요를 키워나가기 위해서도 임대주택의 공급확대가 필요하다는 이부원장은 『이런 맥락에서 11만가구에 이르는 미분양아파트를 임대아파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하다』고 밝혔다. 이부원장은 건전한 주택수요정착을 위해서는 주택금융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택금융이 활성화되면 투기수요가 사라져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전세제도도 없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86%선입니다. 이사때 생기는 추가주택수요와 별장개념의 세컨드 하우스 수요를 감안한 적정주택보급률은 1백10%입니다. 이 수준까지 꾸준히 주택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이부원장은 질위주의 주택공급이 중요하지만 양적인 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부원장은 『쾌적한 주거공간이 마련될 때 사회도 건강해진다』며 『주택업체들이 자연친화적인 주택의 설계, 단지배치, 평면개발 등의 노력과 함께 작은 부분에서도 소비자의 편의를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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