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社 "넘치는 돈 굴릴데 없나"

자금조달 쉬워졌지만 영업환경 악화로 수익창구 없어 고심
채권 투자수요 우량업체 쏠려 업계 빈부차 심화도


캐피털사들이 최근 자금풍년 속에 때 아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려 자금조달이 쉬워졌지만 영업환경은 오히려 열악해져 정작 채권시장에서 돈을 당겨와도 이 자금을 굴릴 곳이 막막해서다. 이런 가운데 채권 투자수요도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주로 우량기업 발행물량으로 집중되고 있어 캐피털 업계의 상ㆍ하위 기업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한층 심화되고 있다. 14일 채권정보회사인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국내 캐피털사들이 올 들어 이날까지 국내 시장에서 발행한 채권(캐피털채) 규모는 총 137건, 3조7,800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84건, 2조4,482억8,200만원)보다 금액 기준으로는 54.4%, 건수기준으로는 63.1%나 증가했다. 캐피털사들의 채권발행 물량이 늘어난 것은 최근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하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으로 발을 돌리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뜻을 시사하면서 채권시장은 한층 호황을 맞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채권 발행물량에 비해 시중에 돈이 넘치면서 채권시장은 수요 초과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채권수요가 넘치면서 캐피털사들은 한층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올 수 있게 됐다. 신용등급 AA~A등급의 캐피털사들은 지난해 1ㆍ4분기 중 연 평균 6~9%선 발행금리를 제시해야 겨우 채권시장에서 돈을 끌어올 수 있었는데 올 들어서는 5~6%선의 금리로도 채권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밀려들고 있다. 다만 업체별 자금조달편중 현상은 한층 심화됐다. 현대캐피탈은 올 들어 이달 14일까지 1조2,500억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해 같은 기간에 발행된 전체 캐피털채 발행액의 33.1%를 차지했다. 같은 그룹사인 현대커머셜이 올해 2,100억원어치의 캐피털채를 발행한 것까지 감안하면 자금시장의 주도력은 한층 강화된 셈이다. 경쟁사 중에서는 롯데캐피탈이 이 기간에 전년 동기(2,400억원)보다 56.3% 증가한 3,750억원을 채권시장에서 끌어왔으며 아주캐피탈도 같은 기간에 58.3% 늘어난 2,400억원의 자금을 올해 캐피털채를 통해 조달했다. 이밖에도 두산ㆍ산은ㆍKTㆍ하나캐피탈과 우리파이낸셜 등이 각각 올 들어 2,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국내 채권시장에서 조달했다. 반면 우리캐피탈은 올 들어 국내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전혀 하지 못하는 등 업체 간 자금조달 격차는 한층 벌어지고 있다. 자금조달을 많이 한 업체들도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캐피털업계가 주도해온 자동차할부 등의 차구매금융 시장에 은행과 카드사들이 들어오면서 영업규모는 물론이고 수익성도 한층 감소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업 및 가계대출의 경우도 경기선행지표 둔화 및 부동산시장불안 등으로 위험성이 높아져 취급액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캐피털사 임원은 "그동안 캐피털사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돈을 끌어와 소비자에게 대출해 마진을 남기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싸게 돈을 끌어와도 빌려줄 곳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결국 열악해진 시장에서 누가 더 우량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생존의 조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