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보유중인 SK그룹의 계열사 지분 전부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해야 할 처지에 몰리면서 경영권 상실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내 대그룹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대주주가 배제된 전문경영진 체제가 SK그룹에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SK그룹은 최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손길승 회장을 중심으로 황두열 SK㈜ 부회장,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김승정 SK글로벌 부회장 등이 경영공백 없이 각 계열사를 책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 고위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분을 얼마나 출연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상당기간 경영에 나서기는 어려워 이번 기회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채권단이 대규모 분식회계로 존폐 위기에 놓인 SK글로벌의 정상화에 앞서 최 회장 지분 전량을 담보로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SK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 회장이 SK글로벌에 개인 대주주 자격으로 수천억원의 지급보증을 섰고 SK글로벌의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아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고 SK글로벌을 채권단에 맡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또 각 계열사의 CEO 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방안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는 공동브랜드를 쓰고 기업문화를 공유하되 각 계열사의 경영은 독립적으로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SK관계자는 “ 각 회사마다 이사회를 활성화해 중요 경영사항은 최고경영자와 이사들이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예전처럼 그룹 최고경영자나 구조조정본부의 간섭을 받는 일은 없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주인이 없어지면 핵분열해 계열사별로 뿔뿔이 나누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는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너 일가족으로는 최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과 친동생인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 사촌동생인 최창원 SK글로벌 부사장 등이 있으나 이들은 SK 계열사 지분을 거의 소유하고 있지 않다.
한편 SK글로벌의 최대주주인 SK㈜는 글로벌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과 협의, 출자, 자산매입 등 적극적인 노력을 다할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충분해 SK글로벌을 조기 정상화하는 데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