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의 매도공세가 거세다.
기관들은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695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9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2007년 초 11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가장 긴 매도랠리다. 이 영향으로 장중 한때 30포인트 넘게 급등했던 코스피지수는 강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펀드 내 주식편입 비중이 고점 수준까지 도달해 기관의 순매도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기관은 장 초반만 해도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포지션 변경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장 후반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TF를 제외할 경우 기관은 9거래일 연속 매도기간동안 삼성중공업(633억원), 한국금융지주(617억원), 삼성테크윈(475억원), 한화(411억원), 대우조선해양(398억원), LG(331억원), 금호석유(311억원), 엔씨소프트(302억원), 대우차판매(270억원)순으로 보유물량을 처분했다. 2007년의 연속 매도시기에 삼성전자ㆍ포스코ㆍ현대차ㆍSKㆍ대림산업ㆍ현대제철ㆍ한국전력ㆍKTㆍ대우조선해양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서 경기민감주를 주로 정리한 것과 구별된다.
이처럼 기관이 연일 ‘팔자’에 나서는 것은 개인투자자의 환매요구가 거세지면서 현금수요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대규모 순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내 주식편입비중은 91.9%(14일 기준)에 달해 고객이 환매를 원할 경우 기관으로서는 보유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최근 4거래일 연속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요청이 계속되는 한 기관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옵션만기일에 청산되지 않은 프로그램 차익매수물량도 다수 잠복돼 있어 기관의 매도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