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발목묶자' 한목소리

단기유동성 자본, 특히 세계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등장한 헤지펀드의 발목을 묶자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단기유동성 자본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일제히 주장하고 나섰으며 아시아 등 신흥시장 일부 국가들은 단기유동성자본 규제 움직임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규제에 무게를 두고있는 게 현실이다.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곳은 유럽연합(EU)국가들이다. 특히 영국 독일 프랑스는 단기유동성 자본의 규제는 물론 미국 재무부의 일개 하수인이라는 비아냥을 듣고있는 국제통화기금(IMF) 해체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EU의 이같은 움직임은 냉전 이후 안하무인격으로 세계경제를 주물러온 미국식 시장경제 논리에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됐다. 또 내년 1월 유럽통화동맹 출범을 앞두고 팍스 아메리카에 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는 게 국제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11일 EU재무장관 모임에서 『투자가들과 저축자는 물론 소비자들도 그들의 돈이 적절히 보호되고 투기의 대상이 되지않고 있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며 헤지 펀드 행위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기 위해 「범세계적인 금융규제기구」를 설립할 것을 촉구했다. 이같은 단기유동성 자본의 투명성 확보문제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서방선진 7개국(G7) 회의 등 지난달말부터 8일까지 열린 일련의 세계 경제회담에서도 대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단기유동성 자본 규제론이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자 아시아 등 신흥시장 일부 국가들은 직접 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존의 미국식 글로벌리즘에 대한 거부, 나아가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변화다. 특히 지난해 7월 태국 사태 이후 환란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낀 아시아 각국은 헤지 펀드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9월부터 외환규제를 실시하면서 안정을 찾을 기미를 보이자 아시아 각국은 말레이시아 조치에 대해 동조하거나 뒤따르려는 추세다. 이미 인도네시아가 내년부터 단기유동성 자본의 규제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지난 주 필리핀 마닐라에서 회동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경제장관들도 말레이시아 조치에 동조하거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나섰다. 또한 멕시코 등 남미국가도 단기투기자본의 규제에 동감을 표시하고 있는데 현재의 남미 위기가 더욱 악화한다면 언제라도 규제라는 마지막 피난처에 동참할 게 분명하다고 남미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헤지펀드의 든든한 지원자인 미국이 규제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점이다. 미국식 시장경제의 꽃인 헤지 펀드에 대한 규제는 10여년 동안 번영을 구가해온 미국 경제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결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단기유동성 자본, 특히 헤지 펀드 규제론이 세계경제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미국식 시장경제가 도마위에 오른 상황이다. 헤지펀드의 위기는 곧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리즘의 위기이자 팍스 아메리카의 번영이 위협받는다는 적색신호인 까닭이다. 【조희제 기자】 <<영*화 '네고시에이터' 무/료/시/사/회 1,000명 초대(호암아트홀) 텔콤 ☎700-9001(77번코너)>>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