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비정규직 수업' 논란

전교조, 관련법 본회의 상정 앞두고 실시
경제단체 "노동계주장 일방적 반영" 반발
교육부 "부적절한 사례 적발 땐 의법조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 이와 관련한 계기수업이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 10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전국 중학교 상급 학년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법안을 주제로 한 계기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계기수업이란 교육과정과 상관없이 사회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는 주제나 사건이 있을 때 별도로 실시하는 수업을 말한다. 전교조 관계자는 “이번 수업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내용을 알아보고 학생 스스로 비판적 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업은 조ㆍ종례 훈화 또는 사회ㆍ국어 과목 수업시간에 진행된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발표한 계기수업 자료는 언론 보도와 신문 사설, 경총과 전교조 입장, 법률 단체들의 입장, 프랑스 최초고용계약법과 관련된 신문 칼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노동계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민간 경제단체들은 ‘이번 수업은 노동계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관련 법안이 정부주도로 여야간 합의를 이룬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쪽의 편협된 의견만을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엽합회는 “준법정신을 가르쳐야 할 교사가 어린학생을 볼모로 조직의 이념을 전파하는 교육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한 정치적 행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비정규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고용형태가 아닌만큼 이에 대한 개선은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도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법안은 아직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에는 크게 미흡하다”며 “이를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파할 경우 기업 경영과 노동시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교육인적자원부는 “계기 수업을 할 때 학교교육과정위원회 및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그 방향을 정하고 학교장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교육부는 추후 전교조의 계기수업 자료를 분석해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을 경우 시정을 요구하고 실제 부적절한 사례가 적발되면 의법조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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