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법정서 선대 회장 유지 공방

"그룹 현안 5인이 논의하라 지시" "이건희 회장 단독계승 밝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두고 벌어진 삼성가 형제들의 상속 소송이 선대 회장의 유지(遺志)가 무엇이었냐를 밝히는 다툼으로 확전됐다.

1일 서울고법 민사14부(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맹희ㆍ건희 형제의 주식인도청구소송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장남 이맹희씨 측은 "이건희 회장에 단독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 모두를 넘겨주는 것은 선친의 뜻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씨 대리인은 "선대 회장은 타계 전 당시 그룹 비서실장인 소병해씨와 장녀 이인희씨, 맹희씨의 부인 손복남씨, 막내 딸 이명희씨, 이건희 회장 등 5인으로 승지회(承志會)를 구성해 중요한 그룹 현안을 논의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가족 구성원 1인의 일방적 경영권 행사를 통제하려는 선대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선대 회장의 혼외자식인 이태휘씨 등도 제일제당 등기이사로 선출되는 등 신뢰를 받고 있었기에 이 회장 혼자만이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다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회장 측은 "이 회장의 단독 계승은 명백한 선친의 유지"라며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이 회장 변호인은 "선대회장의 자서전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명백하게 증명되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이맹희씨 본인조차 자서전을 통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승지회는 이 회장이 단독 계승자라는 것을 전제로 다른 상속인들도 그룹의 울타리 내에서 통합 경영을 하라는 뜻으로 구성이 추진된 조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씨 측은 이날 청구금액을 기존 96억원에서 1,491억원으로 확대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다음달 5일 열린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