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부정회계 사건이 요즘 일파만파로 문제를 일으켜 간다. 또 어떤 기업이 얼마만한 규모로 분식했다고 나올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터져 나온 것의 뒤처리만도 그렇게 쉽지 않다. 연루된 기업들이 급기야 도산하고,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조작은 곧 '주식회사 미국호'에 대한 불신으로 발전했다. 한때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의 핵심각료들이 의혹을 받았다. 그들이 과거 기업에 몸담고 있었을 때 분식결산과 내부자거래에 관련됐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로 곤혹스런 경우를 당한 것이다.
사실 여부는 모른다. 어쩌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더 얽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불신의 문제가 커진 것이고, 그래서 그런지 부시 행정부는 부정회계 척결에 매우 단호하다.
개혁적인 방향에서 곧 특단의 대책이 발표되리라는 예고이니까 기대해 볼 만하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각각 진상규명을 하고 있으므로 좀더 두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론이 나돈다. 회계장부를 조작한 최고경영자(CEO)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강한 발언들이다.
회계조작에 직접 관여한 재정책임자(CFO)에게서는 이미 지급된 거액의 보너스를 반환시키라는 소송절차가 진행중이다. CEO?FO들은 미국 사회에서 존경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사람들이다.
그런가 하면 연루된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재무구조가 건실하다는 기업까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자금사정이 좋을 리가 없다.
기업들은 오히려 그 동안 부풀려진 채무를 압축시키느라 바쁘다는 소식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경영은 움츠러들고, 회사에 필요한 설비투자에 그늘이 진다. 뒤이어 따라오는 것이 불황 문제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미국발 불황'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주가하락ㆍ달러약세ㆍ세계불황'의 불안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미국 경제가 90년대 초 버블이 붕괴된 직후의 일본 경제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진단하다.
필연적으로 증권회사.회계법인.애널리스트들이 줄줄이 불신을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일본은 감기에 걸리고, 한국은 아예 몸져눕게 된다'고 했다던가. 우리의 황사(黃砂)처럼 '미국발 불황'이 몰려오고 있다고 일본 사람들은 야단들인데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월드컵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아서인지 '하반기 증권환경이 좋아진다'는 말이 들릴 뿐이다.
김용원(도서출판 삶과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