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아5개국 비교] 고용조정 한국이 가장 활발

「한국 기업의 60%이상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인원을 줄였고 감축비율도 평균 20%에 달한다. 특히 근무경력 6~10년인 30대의 관리기술직이 주로 직장을 잃었다.」세계은행(IBRD)이 97년이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 등 아시아 5개국의 3,58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27일 발표한 결과다. ◇고용동향=인원을 감축한 기업의 비중은 아시아 5개국 평균 50%정도인데 비해 한국만 63.5%로 유난히 높다. 한국의 고용감축 비율도 20%에 육박한다. 인도네시아와 타이, 말레이시아 등의 상당수 기업은 평균 5~10% 가동을 줄이면서도 인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리인원도 대부분 20대이고 생산직에 집중돼 있으며 평균 근무기간도 1~3년에 불과하다. 반면 노동조합이 가장 강력한 한국에서 오히려 고용조정이 가장 활발했다. 정리된 인원의 절반이 30대이고 생산직 비중이 작으며 근무기간이 6~10년인 근로자의 비중이 높다. 또 중소기업의 61.2%가 고용을 줄인 반면, 대기업은 79.8%가 고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적자본의 손실을 의미한다. 세계은행은 이에 대해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고용조정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빈 일자리를 채우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노동수요의 변화에 대처하는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동률=위기가 시작된 97년7월이후 71%의 기업에서 가동률이 하락했다. 필리핀의 경우 가동률 평균 하락폭이 9%에 머물렀지만 한국을 비롯한 나머지 4개국의 가동률은 평균 20% 하락했다. 가동률 하락의 원인을 외환위기만으로 한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전자,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등의 경우처럼 세계적인 과잉생산능력이 더 큰 원인이 지적되기도 한다. ◇해외차입=단기 외화차입이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5개국중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제조업 해외차입 의존도는 10%이내다. 그러나 한국은 표본기업의 25%가 해외차입을 이용하고 있고 차입의 반이상이 단기차입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수익성이 낮은 기업의 해외차입비중이 높다는 점. 금융기관들이 차입자의 신용평가에 좀 더 진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채무상환능력=앞으로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해 5개국중 한국기업들이 가장 낙관적이었다. 98년말~99년초의 이자율이 유지된다는 가정아래 현재 어려움을 겪고있거나 앞으로 3개월이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한 기업의 비중은 한국이 10%에 불과했다. 인도네시아, 타이의 20%나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15%보다 훨씬 적었다. 한국기업들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조사의 결론=세계은행은 경제회복을 위해선 수요진작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부문의 회복을 위해서는 거시적인 수요진작만으론 부족하다』며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용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퇴출제도를 정비하도록 촉구했다. 또 과잉생산능력은 순환적인 성격과 구조적인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이 반드시 함께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동영 기자 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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