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트 머니] 서경 실전 경매

'법정지상권' 있는 토지 대부분 입찰 기피하지만…
요건 잘 살펴보면 '깨끗한 물건'도 많아

경매에서 법정지상권의 경우 경매 초보자들은 그 얘기만 나와도 지레 겁을 먹고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정지상권의 성립요건은 법적으로 엄격히 정해져 있으므로 그 요건을 철저히 파헤쳐 보면 의외로 깨끗한 물건이 많다 등기가 되어 있는 건축물의 경우에는 공부(公簿)로도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를 파악할 수 있지만, 공부(公簿)에 나와 있지 않은 미등기 건축물의 경우 법정지상권 성립여부를 확인하려면 현장확인 등을 통해 충분히 따져봐야만 알 수 있다. 법정지상권이란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는 토지를 낙찰 받은 경우 그 지상의 건물소유자는 건물의 존속기간동안 토지소유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 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법을 말한다. 물론 토지소유자는 건물이용에 제공되는 토지만큼의 지료 청구는 가능하겠으나 실질적인 소유권행사에는 상당한 제한이 따른다. 이런 이유로 경매에 나온 토지가 법정지상권의 논란이 예상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입찰을 기피하여 감정가의 절반이하의 가격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 27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경매된 사례(서산1계 2007-403)를 보자. 이사건의 토지는 충남 태안군 남면 달산리에 있는 농지로 총 3필지의 지상에 소유자 미상의 화훼용 비닐하우스가 설치돼 있었다. 전체 면적은 2,331㎡(706평)으로 감정가가 1억700만원에서 3번유찰돼 최저입찰가가 3,7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곳의 주변시세는 1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는데다가 각종 개발호재를 감안한다면 상당한 시세차액이 예상됐다. 하지만 문제는 지상에 있는 화훼용 비닐하우스로 인해 법원기록에 ‘법정지상권 성립여지 있음’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기재된 것이다. 이로 인해 3번의 입찰기회에도 불구하고 응찰자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이 토지의 경우 재미있는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민법에서 인정하는 ‘법정지상권’의 충분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법정지상권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은행의 근저당설정 당시에 이미 건물이 존재하고 있어야 하고 사회통념상 건출물로 인정될만한 정도의 구조와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물건의 비닐하우스는 은행의 근저당 설정일 보다 훨씬 늦게 건립되었을 뿐아니라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단순 시설물로서 건축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채권은행과 현지의 이웃주민을 통해 이를 확인하게된 J씨는 입찰당일 7,100만원에 응찰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당장 팔아도 낙찰가의 2배 이상은 받을 수 있지만 이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어서 한동안은 더 보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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