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넉달만에 상승조짐

석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소비자 물가가 이달 초의 에너지 세율 조정에 이어 장맛비에 농산품 가격까지 들썩거리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경우 비축 물자를 푸는 등 장마철 물가잡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16일 재정경제부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남부 지방의 호우로 농작물 피해 등이 발생하면서 출하량이 감소함에 따라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 농수산물 가격이 채소류를 중심으로 뚜렷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경우 지난주만 해도 110 안팎이었던 농산물 가격 표준지수가 15일 124.36까지 올라섰고 특히 배추,무 등 채소류의 가격지수는 130.22로 뛰어올랐다. 지난 6월에는 농수산물 가격이 출하기를 맞아 전달보다 2.3%나 내리며 물가 안정에 크게 기여했으나 이달에는 물가 상승의 주범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농경지 피해가 지난해보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농수산물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비축 농수산물을 방출하고 출하를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 안정에 나설 방침이다. 농수산물 이외에도 이달 초에는 에너지 세제 개편 계획에 따라 유종별 주행세와 특별소비세 등이 조정되면서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의 ℓ당 가격이 각각 49원과 111원씩 올라 물가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연초에 잠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다 4월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며 6월에는 전월 대비 0.3%가 내리는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7월에는 이 같은 요인들이 겹치면서 소비자물가가 넉 달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인 데다 올 상반기의 월 평균 상승률이 3.8%에 이르고 있어 자칫하면 3%대 중반으로 설정된 정부의 올해 물가 억제 목표 달성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7월에는 농수산물 가격 상승과 에너지가 인상이 겹친 데다 석달간 안정세에 따른 기술적 반등 요인으로 소비자 물가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서비스 요금은 아직 안정적이며 농수산물 가격 상승이 지속적일 지는 좀 더 지켜 봐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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