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자 도시는 어디일까.” 한 나라의 지역별 경제상황을 파악하고 비교하는 대표적인 통계지표가 ‘지역 내 총생산(GRDPㆍ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이다. GRDP는 국내총생산(GDP)을 지역적으로 세분한 것이다. GDP의 정의인 ‘한 나라가 일정 기간 동안 생산한 생산물의 시장가치의 총합’에서 ‘나라’를 ‘지역’으로 바꾼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시 말해 GRDP는 특정 지역의 경제력과 성장잠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GRDP의 총합은 한 국가의 GDP와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나라에서 GRDP를 추계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 1984년이다. 1984년에 충청도를 대상으로 실험적으로 추정한 후 1988년 전국으로 조사범위가 확대됐다. 이후 1989년 정부통계로 승인됐고 1994년부터 공식적인 GRDP가 발표됐다. 가장 최근에는 2006년에 전국 16개 시도의 GRDP가 집계됐다. 최근 국내 GRDP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 경제의 숨겨진 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국가경제력의 과도한 편중 현상이다. 2006년 실질GRDP는 서울이 약 163조원, 경기도가 172조원으로 각각 전체의 21%와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이들 지역에 전체 인구의 43.1%가 몰려 있는 데 크게 기인한다. 그러나 각각의 면적이 605㎢와 1만131㎢로 전 국토의 0.6%와 10.2%인 지역에서 전체 GRDP의 43%를 생산했다는 것은 국토균형발전이 매우 부족함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일의 경제권인 서울의 경쟁력이 2006년 기준으로 세계 110개 도시 중 도쿄(11위)와 홍콩(19위)에 뒤지는 27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 고급화를 뜻하는 첨단산업과 생산적 서비스업 취업 비중은 102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둘째, 부자 도시와 가난한 도시의 경제력 편차가 매우 큰 점이다. 1인당 실질GRDP를 비교해보면 울산이 가장 높고 대구가 가장 낮다. 울산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선박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1인당 약 3,569만원을 생산해 서울 1,627만원과 경기도 1,588만원의 2.5배에 달했다. 반대로 대구의 1인당 GRDP는 울산의 4분의1 정도인 942만원에 불과했고 전국 평균인 1,588만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낙후됐다고 알려져온 전라북도ㆍ광주광역시 그리고 전라남도는 각각 1,329만원, 1,107만원, 1,780만원을 생산해 대구보다 사정이 좋았다. 셋째, 성장률로 봤을 때 충청남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 새로운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이다. 2005년 대비 2006년 전국 GRDP는 5.1% 성장한 가운데 충남은 9.3%로 최고의 성장률을 보였다. 1인당 실질GRDP에 있어서도 2,347만원으로 울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충남의 비약적인 발전은 아산 탕정지구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첨단 전자제품기업들이 몰리고 당진 현대제철소가 가동되면서 그 주변 산업단지에 입주한 연관 회사들이 본격적인 생산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과의 무역확대로 당진항과 서산항이 활성화된 것도 주 요인이다. 기업투자와 기업활동이 특정 지역의 경제발전에 얼마나 큰 효과로 나타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나라의 모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경제자원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GRDP가 차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도한 지역 간 경제격차는 국가경제 발전에 어려움을 준다. 지나친 경제력 집중은 사람과 생산시설의 쏠림을 의미하며 공해ㆍ교통정체ㆍ집값상승ㆍ환경악화 등으로 연결되는 까닭이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지역별 특성화 전략으로 각 지역이 고루 성장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정부의 당면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