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국내 증권사들의 무한 변신을 재촉하고 있다. 혹한기에 봄을 준비하는 자만이 때가 오면 만개(滿開)할 수 있듯이 극심한 불황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증권업계 중에서도 꽃봉오리를 피울 수 있는 증권사만이 주목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자통법 시행이라는 빅뱅의 한가운데서 빛을 발할 증권사로 꼽힌다. 과거 증시 활황기 때 미래에셋증권은 다양한 분야에서 약진하며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한국 자본시장 변화의 원년이 될 올해 미래에셋증권이 띄운 승부수는 퇴직연금사업과 해외사업이다. 최현만(사진)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미래에셋의 앵커 비즈니스(주력사업)인 자산관리사업의 귀결은 퇴직연금사업”이라며 “퇴직연금사업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아서 처음에는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급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퇴직연금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퇴직연금 및 자산배분 운용 전문가들을 대거 충원했다. 또 KOTRA 등 공기업 위주의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아울러 해외사업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추진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홍콩법인을 해외진출의 교두보로 놓고 베트남ㆍ상하이ㆍ인도ㆍ브라질ㆍ미국ㆍ런던 법인을 세운 상태다. 이머징마켓에서는 부동산 투자를 중심으로 영업전략을 짜고 있으며 선진시장에서는 이머징시장에서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법인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올해 해외법인에 따라 주력사업 선정 등 효율성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수익성을 높이는 해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수익 측면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은 다각화된 사업영역을 바탕으로 극심한 증시 침체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수익구조는 비중별로 위탁매매 26%, 자산관리 36%, 투자은행(IB) 19%, 이자수익 19% 등이다. 증권업계 평균 위탁매매 비중이 60%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추정 실적은 영업수익(매출) 1조9,449억원, 영업이익 2,184억원, 당기순이익 1,6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업수익은 주가가 사상 최대치를 찍었던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약 40%가량 줄어들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시황산업의 특성상 수익의 변동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미래에셋증권은 빠른 사내 의사결정력과 적극적인 대처능력으로 시장회복 시점에서 뛰어난 회복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펀드 판매 수수료 인하와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증가 리스크 우려도 커지고 있으나 이 역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박선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펀드 수수로 인하뿐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펀드런(대량환매)이 일어나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펀드 수수료 인하는 신규 가입분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수익급감 우려는 지나치며 펀드런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대투증권은 부동산 투자 역시 대부분 인프라사업에 투자됐기 때문에 신용위험이 작다고 평가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도 미래에셋증권을 증권업종 내 선호종목으로 꼽았다. BNP파리바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익의 안정성과 더불어 리스크 관리를 고려할 때 유망하다“며 “비록 올해 시장상황이 좋지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구조적인 성장성이 돋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