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게이트] 다음 수사 대상은 어딜까

DJ정부때 부실기업 인수 청탁기업 최우선 타깃될듯
건교부·서울시는 사옥 인허가 관련 책임전가 급급

금융 브로커 김재록씨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대차그룹 외에 다른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어떤 기업이 대상이 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구조조정 과정에서 혜택을 본 일부 기업으로 추정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국민의 정부 때 인수합병을 많이 했으니 관련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외환위기 당시 부실기업 인수 청탁을 했던 기업들이 최우선 수사 대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굵직한 공기업 등을 인수한 D기업과 부실 금융기관 인수에 성공한 H기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김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흘러나오고 있는 인수합병(M&A)건이다. 다만 검찰이 추가 수사 대상 기업에 대해 ‘현대차와 준하는 대기업은 없다’고 선을 그어 대상 기업이 중견기업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검찰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가 워낙 파장을 크게 일으킨 만큼 추가 수사 기업은 경제적 여파가 크지 않은 중견기업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 순위 30대 이하 그룹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사 확대 시점은 이르면 다음주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가급적 속도를 내 현대차 압수자료에 대한 분석을 마친 후 최소한의 압수물을 제외하고는 이번주 안에 돌려주려고 한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한편 서울시와 건설교통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도 주목된다. 현대차의 서울 양재동 본사 증축과 관련, 건교부는 도시계획시설 관련 규칙까지 고쳐가며 현대차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으며 서울시는 3년 이상 답보 상태였던 증축 관련 허가를 3개월여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시켜 의혹을 자초했다. 건교부는 지난 2004년 12월3일 법규인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 양재동 현대차 본사 부지에 연구개발시설 증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차는 2001년 10월부터 본사 증축을 추진해왔지만 본사 건물이 유통업무설비에 해당돼 연구시설을 지을 수 없었다. 그러나 건교부의 규칙 개정으로 유통업무와 관련된 부대시설로 연구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된 것. 또 서울시는 이듬해인 2005년 1월15일 건교부 규칙 개정안을 받아들여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승인했고 이후 3개월여 만에 건축 허가까지 내줬다. 이에 따라 검찰은 건교부의 규칙 개정과 서울시의 도시계획시설 변경 및 증축 허가 등의 과정에서 김씨가 관계 공무원과 접촉하며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비슷한 시기에 양재동 연구센터 건립을 추진했던 LG전자는 이와 달리 2004년 하반기부터 도시계획시설 용도 자체의 변경(유통업무시설→일반연구시설) 작업을 1년6개월째 진행해오고 있다. 현대차처럼 유통업무설비 부대시설로 연구소를 짓는 편법을 쓰지 않고 정상적인 용도변경 절차를 밟고 있어 현대차 로비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의혹과 관련해 건교부와 서울시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건교부는 “규칙 개정안에 유통업무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한 것은 서울시”라며 의혹의 화살을 서울시로 돌렸다.. 건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건교부는 1~2년에 한번식 각종 규칙을 고치는 과정에서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한다”며 “그 과정에서 2004년 5월7일 서울시가 관련 규칙을 고쳐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 건물의 증축을 허가하는 것은 승인권자인 서울시의 몫”이라며 현대차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건교부의 규칙 개정에 따라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현대차 본사 증축을 허가했으며 건축허가에 필요한 모든 법적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또 현대차 사옥이 유통업무설비의 부대시설로 적합한지에 대해 “자체 검토와 건교부 문의를 거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준공검사 때 다시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서초구도 2004년 12월 지구단위계획 수립 당시 현대차 증축 건물의 용적률을 기존(3층 건물)의 220%에서 400%로 확대 적용, 현대차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