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닷새 간의 일정을 마치고 1일 폐막한 세계경제포럼(WEF)은 자유무역의 수호를 다짐하긴 했지만 보호주의에 기반한 ‘거대 정부(big government)’의 도래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치솟는 실업률과 사회불안정, 보호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대 정부 외의 다른 수단이 없다는 시각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주요 선진국 정상들 사이에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정상들은 공식 토론 석상에서는 각국 정부의 보호주의에 대한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며 각종 수사를 쏟아냈지만 정작 공동 금융위기 극복방안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포럼에서 “자유무역 및 국제 공조만이 위기를 푸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권한을 확대한 글로벌 금융 감독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창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현 경제 해법을 풀기 위해 유엔(UN) 내에 경제이사회를 별도 창설할 것을 제안했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아시아 경기 회복을 위한 개발 기금으로 향후 3년간 170억 달러를 내놓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들 주요국들은 금융 보호주의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미묘한 입장 차만 드러냈다. 실제 유럽 각국은 자국 은행 대출의 90% 이상이 외국 기업에 집중돼 있어 자국 은행 지원이 국내 혈세로 타국 기업을 지원하는 꼴이 된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한 참석자는 “선진국 인사들이 금융 보호주의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이는 국제사회를 의식한 명분성 발언일 뿐”이라며 “IMF의 개편을 주창한 영국에게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당장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로렌스 미 하버드대 국제무역학 교수도 “메르켈 총리의 제안 역시 미국내 UN의 위상이 높지 않음을 감안할 때 실현되기 어려운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또한 중국의 주도로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에 대한 비난이 집중됐지만 실질적인 대안 도출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한승수 국무총리는 “정부가 시장에 더 많이 개입하면 할수록 보호주의 조치가 더 많이 따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며 통화스와프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기위한 공동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