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의혹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 25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개와 고양이가 만나면 싸우는 이유를 소개하며 청와대와 한나라당간 대치 상태를 비유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때아닌 `개와 고양이`이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로 빚어진 한나라당의 국회등원 거부와 최병렬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마저 혼란과 안타까움에 젖어있는 상황에서 불거져나온 이 비유는 즉각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 대표는 이와 관련 “지금 경제는 무너지고 안보는 엉망이 되고, 부안사태는 도저히 나라라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정도인데 대통령은 야당에 이죽거리고 수준낮은 비아냥이나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노 대통령이 자신과 어찌보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거대 야당과의 관계를 비유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단식중인 야당 대표를 향한듯한 이 발언은 결코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27일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에 맞서 노 대통령과 측근인사인 강금원ㆍ이기명씨를 뇌물수수 및 공여혐의로 대검에 수사의뢰, 다소 감정적 대응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위헌논란까지 빚어가면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이번 조치는 민주당 등으로부터도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어거지 정치” 라는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특히 한나라당간 계속되고 있는 이러한 대립은 이성적 판단을 기초로한 것이기 보다는 서로를 인정치 않으려는 감정에 치우쳐 나온 결과라고 보는 인식이 점점 팽배해지고 있다.
대통령과 원내 과반수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과의 대립, 특히 감정대결은 이제 양자간 정치적 파워싸움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위태로운 양상을 빚고 있다.
어찌보면 실현 가능성도 적고, 아니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서로에게는 물론 국민들마저도 엄청난 불행에 처해질 대통령과 거대 야당의 침몰을 겨냥한 듯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대화나 이해보다는 `살기 아니면 죽기`식으로 비춰지고 있는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간 극한적, 감정적 대립속에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은 더욱 절망으로만 빠져들고 있다.
국회 파행속에 당장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기한(2일)내 처리가 사실상 물건너갔고 조세법 개정안 등 각종 민생현안 법안처리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또 최근 다소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상황을 제대로 살려내야하는 노력이 정치권에서도 필요한 때이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감정식 싸움으로 서로를 제압하려는 자세를 이제 버려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이상 올바른 정치, 참된 개혁과 경제활성화는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남문현(정치부 차장) moon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