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막을 내린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환율절상 요구에 올해 목표성장률이 7.5%를 밑돌 수도 있다며 경기부양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양국은 이 외에도 남중국해 갈등, 중국의 인권탄압에 이르는 현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다만 무역·투자 및 기후변화 등에서는 일부 진전이 있었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목표성장률 7.5%는 일종의 기대일 뿐 정부가 설정한 '바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성장률이 그 이하로 떨어져도 지도부가 용인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7.5% 성장률 달성에 자신이 있다며 필요시 경기부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러우 부장은 "중국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정부의 환시장 개입을 중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위안화 환율 결정을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의 요구에 대한 분명한 거부다. 왕양 부총리도 "개혁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느리면 도리어 개혁을 저해할 수 있다"며 "미국이 갈수록 환율자유화 압박의 강도를 올리고 있지만 중국은 균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남중국해 갈등과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인권운동 탄압 문제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미 고위관료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며 "법에 의한 이 지역의 질서구축에 중국도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중국 정부가 티베트와 서부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지에서 종교의 자유 및 민권을 존중해줄 것을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에게 강경하게 압박했다고 익명의 미국 관료가 전했다. 그는 "케리가 약하게 나올 거라고 생각한 중국 쪽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는 데 내기를 걸겠다"며 중국 측의 반발이 컸음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미국이 더 이상 중국에 '레토릭(수사)'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중국해 미군 강화 등 실질적인 대중 억지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민감한 문제 앞에서 신경전만 벌인 양국이지만 일부 성과도 있었다. 장샹첸 중국 상무부부장은 양측이 현재 진행 중인 양자투자협정(BIT) 협상의 첫 단계가 곧 마무리되고 예외품목을 결정하는 실무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9일 발표했다. BIT는 내외국인에게 투자에 관한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협정이다. 중국 자본이 미국 내에서 보안상 민감한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정보기술협정(ITA), 지적재산권 분야, 농산품 거래에서도 긍정적인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왕 부총리는 "양측이 무역 문제에서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서로 협력해 진전을 봤다"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실용적이고 유연한 논의가 지속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 양국은 기후변화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미중 기업 및 연구기관 간 상호공조를 약속한 양해각서(MOU) 8건도 체결했다. 올해 5월 미국이 사이버해킹 혐의로 중국군 장교 5명을 기소하며 중단됐던 양국의 사이버안보 문제 논의기구도 다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한편 미국의 한 고위당국자는 양측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전략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했다며 "논의가 조금 진전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