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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축이 돼 미국 워싱턴에 특허인수 전문기업(NPE)를 설립했다. 회사명은 ‘인텔렉츄어 키스톤 테크놀러지(IKT)’이며, 투자금액은 약 2,500만 달러다. NPE는 상품을 만들지 않고 특허 등 지적재산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회사다. NPE가 특허 소송 등을 주 무기로 삼을 경우 우리가 잘 하는 특허괴물이 되는 셈이다. 삼성이 세운 IKT는 특허괴물처럼 남을 공격하기 보다는 삼성에 도움이 되는 특허를 사들여 특허공세를 막는 데 우선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PE를 설립한 것은 삼성만이 아니다. 앞서 LG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이 공동으로 이스트만 코닥의 OLED 관련 핵심 특허를 매입했다. 그런 다음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OLED 테크놀로지(GOT)’라는 NPE를 설립해 가동중이다. 현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LG그룹의 ‘GOT’ 역시 현재 남을 공격하기 보다는 LG 특허 방어 용도로 가동되고 있는 상태다.
삼성과 LG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이처럼 앞다퉈 NPE를 설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과 LG는 글로벌 반 특허동맹 단체인 RPX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특허괴물들과 특허 상호 공유를 맺는 등 광범위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과 LG가 NPE를 만든 이유는 단 하나다. 특허 시장의 최 상위 먹이사슬에 ‘특허괴물(일종의 NPE)’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괴물(혹은 NPE)은 IP(지적재산) 생태계의 최상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NPE 밑에 이를 도와주는 변호사 단체, 그리고 NPE의 먹잇감인 수 많은 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상태다.
사실 종전 IP 생태계에서 먹이 사슬 최상위에는 대기업이 위치해 있었다. 특히 스몰 기업이나 소규모 개발자들의 경우 먹이사슬 최하위에 위치해 있으면서 개발에 따른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특허괴물(NPE)들의 등장은 IP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그림 참고)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IP 생태계의 핵심은 먹이사슬 최상의 위치에 특허괴물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 중간 단계에는 이른바 컨설팅 및 변호사 등이 자리잡고 있고, 최하위에 대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구조다.
결국 삼성과 LG가 특허인수 전문기업(NPE)를 만든 이유는 IP 생태계에서 먹이 사슬 최상위를 자치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이미 비공개적으로 NPE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덧붙여 미국에서 활동중인 특허괴물들과 연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상태다.
당장 삼성과 LG의 NPE들이 경쟁 기업을 공격하는 등 특허괴물화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삼성과 LG의 NPE들도 경쟁 기업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거는 등 공격적인 활동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과 LG의 NPE 설립은 IP 생태계의 최상의 먹이사슬을 놓치지 않기 위한 포석이고, 결국 장기적으로 이들과의 연계를 통해 더욱 포악해 지는 IP 생태계에서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림> 바뀌는 IP 생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