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기능 이관후 첫 무역협정 인도네시아로 확정

■ 압도적 영향력 가진 일본에 정면 도전장
포괄적 산업협력에 인니 적극
관세인하로 차수출 탄력 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통상협상권을 넘겨받은 후 인도네시아를 첫번째 대상으로 삼은 것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시장 자체적인 의미도 있지만 시장에서 일본이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겨냥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다는 상징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엔저까지 맞물려 동남아 시장 공략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타결을 앞당길 수만 있다면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과 인도네시아와의 CEPA는 외교부가 통상권을 지니고 있던 시절에는 거의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산업부로 통상 기능이 이관된 후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산업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고 이후 협상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상품관세 인하보다는 포괄적인 산업협력 방안에 구미가 당긴 인니 정부가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인니의 경제 개발에 필수적인 산업협력 방안들을 CEPA 협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CEPA 타결을 통해 인니 시장에 우리 자동차 수출을 늘리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다. 인니는 인구가 2억4,000만명이 넘는 세계 4위 인구대국으로 최근 중산층 인구와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우리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 한ㆍ아세안 FTA에 따라 인니에 CKD(반제품형태) 방식으로 자동차를 수출할 때는 관세를 물지 않지만 완성차를 수출할 때는 20%의 높은 관세를 물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지난해 인니에 수출한 자동차는 고작 6,500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가운데 60%는 완성차 형태로 수출해 높은 관세를 물고 있다. 반면 일본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현지 공장을 갖고 있으며 일본ㆍ인니 FTA에 따라 완성차 관세도 인하 받고 있어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다. 산업부 관계자는 "완성차 관세인하는 인니와의 협상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정부는 인니와의 CEPA를 가급적 올해 안에 타결시킨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가 현재 다양한 FTA가 협상을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통상+산업협력' 형태의 FTA를 매우 강조해왔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인니와의 CEPA 타결이 가장 우선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과 맞물려 한ㆍ인니 CEPA 협상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