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역외펀드가 부실화되자 거액을 투입, 적자를 메운후 이 자금을 다시 펀드를 설립한 계열사들을 지원하는데 사용토록 한 것이다. 계열사 내부에서 재벌그룹간에 그리고 국내외를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등 재벌그룹의 부당내부거래 행태가 다양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이유를 알만하다. 마땅히 퇴출되어야 할 부실계열사가 자금사정이 좋은 다른 계열사나 다른 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에 의지해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돈이 경쟁력있는 부문에 흘러갔다면 구조조정은 훨씬 빨리 진행되고 경제회생도 더 순조로웠을 것이다. 부당내부거래의 근절이 재벌개혁의 핵심이 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지난해 5대그룹의 부당지원행위가 더 늘어난 것은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약속해놓고 부당한 수법으로 부실계열사를 지원한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부당내부거래에 재벌그룹의 계열금융사가 개입하는 것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5대그룹의 증권 보험 투신사 등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은 차단해야한다. 정부는 재벌의 제2금융권지배와 변칙 계열사지원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
제2금융권지배구조를 개편하고 계열사 여신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되고 있지만 부당 지원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만큼 제도적 허점이 없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된 역외펀드를 통한 국내 부실계열사 지원행위 또한 차단돼야 할 것이다.
이번의 경우 공정위에 계좌추적권이 없었다면 부당내부거래의 적발은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다. 계좌추적권이 한시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만큼 실효성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다만 규제가 이루어지더라도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기업활동에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허용이 돼야할 것이다. 특히 대우사태에서 보듯이 제2금융권의 개혁은 무엇보다도 금융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벌개혁 없이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강화는 어렵다. 부당내부거래의 근절은 재벌개혁의 성패를 가름한다. 재벌그룹들의 구조조정 약속이행과 당국의 철저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