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재난위기관리 체제, 현장 중심돼야

소방직 강원도 공채1기로 출발해 30여년 봉직해온 당사자로서 오늘의 소방방재청 현실을 바라보면 참으로 개탄스럽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4년 6월1일 소방방재청을 개청했지만 일반직들이 인사와 예산권을 관장하는 바람에 개청 당시 소방직에 배분했던 자리마저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고위공무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현장 대응의 중심에 서 있는 소방인들을 배제하는 현실을 바라보면 걱정이 앞선다. 재난 관리는 현장 대응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앞으로의 재난은 인위적인 요소와 자연적인 요소가 혼재하는 형태를 띨 것이므로 책상에 앉아 펜대만 굴리는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예를 들면 태풍에 대비해 기존 축대나 구조물을 다 바꿀 수는 없는 것이며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사태 후 복구시 100~200년을 대비한 항구 복구를 하면 저절로 예방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문제를 두고 재난 관리에 있어 그간 소방이 개척해온 분야를 잠식하고 현장 대응력을 괄시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재난 현장이 통제 불능의 아수라장이 되는 것도 문제다. 현장을 관리하는 소방조직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니 각 기관들이 얽혀 무질서가 판친다. 형식적인 재난안전법이 있으나 벌칙 규정도 없는 허울뿐인지라 재난 현장을 지휘하는 소방서장이 일반직ㆍ경찰관 등 어느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 산불대책회의를 한다고 하면서 그곳 소방서장도 참석시키지 않는 일반 행정직들의 행태는 분노에 가깝다. 국민들에 잘 알려진 119가 있는데 별도의 홍보전화를 남발하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국에 170여개의 소방서가 있고 1,200여대의 구급차량으로 매년 110여만명의 응급환자를 처치ㆍ이송하고 있는데 1339(복지부 산하 응급의료신고센터)는 왜 필요한가. 이제 소방 분야는 3만여명의 조직 규모에 걸맞게 별도의 ‘소방청’으로 독립시켜주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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