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의혹제기로 '줄기세포 수사' 혼선

미검증 소문 난무…검찰 '수사 흠집내기' 경계

줄기세포 조작 사건의 핵심 관련자 소환을 앞둔검찰 수사가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로 혼선을 빚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연구원 조사, 논문 공동저자 소환 등 각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갈 때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언론, 인터넷을 통해 흘러나오자 곤혹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의혹들은 논문의 공동 저자로 줄기세포 조작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계속침묵하고 있는 유영준, 김선종, 박종혁, 박을순 연구원 등 핵심 인물들을 일방적으로 의심하는 수준이어서 검찰이 `불을 끄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실정이다. ◇ 검증되지 않은 설(說) 난무 = 황 교수팀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김선종, 박을순 연구원 등이 미국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은 미즈메디 병원에보관 중인 줄기세포 샘플 99개의 DNA를 검찰이 분석을 거의 끝낸 시점에서 나왔다. 미국의 다른 대학으로 유학을 가려다 실패한 두 사람을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교수가 받아 준 것을 볼 때 모종의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확대해석하면 결국 미즈메디 병원에 보관 중인 줄기세포를 모두 뒤져봐야 하며,병원에서도 안 나오면 미국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니 찾아봐야 한다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수사보다 의혹 제기가 너무 앞서가는 데, 어떤 사건 수사보다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수사가 지나친 의혹 제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논문 작성 때 이미 황 교수팀의 권대기 연구원이 NT 4~11번 줄기세포의DNA 지문 자료를 만들기 위해 환자 체세포를 둘로 나눠 국과수 서부분소에 의뢰했던 과정은 이미 서울대 조사위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처럼 처음부터 논문 조작은 명백한데도 사실관계는 어딘론지 증발해버리고,존재하지도 않는 것으로 드러난 줄기세포 찾기 게임으로 검찰 수사가 비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선종 연구원이 작년 1월 9일 벌어진 오염사고 전 NT4~7번 줄기세포 일부를 가져갔다는 의혹도 검찰이 미즈메디 병원에서 줄기세포를 봉인한 이후 제기됐다. 이 주장은 미즈메디 병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모든 줄기세포를 조사하기 전에는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깔고있다. `클라라' 설도 나왔다. 황 교수팀이 남성의 체세포를 이식해 얻은 줄기세포라고 보고했던 NT-4는 작년11월 연구팀 자체조사와 서울대 조사위의 DNA 지문 분석 결과 여성의 것으로 나왔는데 김선종 연구원이 배양 과정에서 바꿔치기했다는 것이다. 체세포 공여자의 이름이 여성의 이름으로 많이 쓰이는 `클라라'였는데 김 연구원이 여성의 체세포인줄 알고 미즈메디 병원에서 여성 줄기세포를 가져와 바꿔치기를 했다는 게 `클라라설'의 요지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대와 미즈메디 병원이 줄기세포의 성이 뒤바뀐 것을 자기측에 유리하게 해석해 주장하고 있다. 지금 단계에선 아무 의미도 없는 주장일 뿐이다"고 잘라 말했다. ◇ 검찰, 수사 `흠집내기' 경계 =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각 수사 단계에 맞춰의혹들이 터져나오자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를 흠집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의혹이 하나하나 제기될 때마다 이를 모두 확인하려면 수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고, 논문 조작이라는 본질과 무관하게 조사위 조사 결과나 수사 자체에 대한 신뢰도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당사자들이 승복하지 않고 특검,국정조사까지 해야 한다는 `여론몰이'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도 검찰의고민거리다. 검찰은 이런 현실을 감안해 수사 상황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신경을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논문 조작으로 전 국민이 겪었던 혼란과 분열을 생각할 때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도 아닌데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는 혼란만 더할 수 있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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