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실적 예상밖 선전

이라크전쟁과 북핵 문제 등 경기 전반의 먹구름에도 불구, 국내 대기업들의 올 1ㆍ4분기 실적이 예상외로 괜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기업의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오히려 늘었으며, 이익도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이 환율과 마진율 하락으로 10~20% 가량 줄었지만 전체적으론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라크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어 2ㆍ4분기 실적은 낙관키 힘든 상황이다. 30일 서울경제가 대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잠정 파악한 결과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과 순이익 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20% 가량 줄어들지만 분기별 추이로는 꾸준한 이익흐름을 이어갔다. 지난해 2조97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올해 15% 정도 줄어든 1조7,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1조9,051억원을 기록했던 당기순이익도 올 1분기에는 지분법 평가이익이 줄면서 1조6,000억~1조7,000억원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이지만 선전했다는 평가다. 특히 매출은 LCD 등의 물량 확대로 지난해 1분기(9조9,300억원)보다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도 전년동기보다 이익이 10% 안팎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ㆍ4분기 5,775억원과 5,866억원에서 올해에는 5,000억원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회계기준 변경 등의 요인을 제외하면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며, 판매보증충당금 적립 규모에 따라 되레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출도 지난해 6조864억원보다 다소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과 조선, 정유, 유화업종은 이익과 매출 모두 신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최근 열연ㆍ냉연 등 주력 생산 제품의 내수와 수출 가격이 인상된데 힘입어 매출의 경우 지난해 1분기 2조6,590억원에서 올해는 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2,770억원에서 올해는 7,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SK㈜는 유가상승으로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10% 가량 늘어나 3조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며, 영업이익도 지난해 1,202억원에서 올해는 1,800억원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도 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매출액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대우조선은 조선수주의 호황 속에서 지난해 1분기 7,506억원과 598억원이었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공 등 일부 업종은 이라크전쟁의 여파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722억원과 291억원을 기록했던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순이익은 적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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