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브랜드, 불황을 이긴다] <5> 옥션

'온라인 장터'로 유통 강자 부상
전자상거래업체 첫 '兆단위' 시대 열어…안전성·신뢰도·양질서비스가 성공요인

‘사상 최악의 내수부진’이라는 악재속에서도 전자상거래업체인 옥션의 질주는 올 한해 멈추지 않았다. 백화점을 비롯한 대부분 유통업체들의 올해 매출이 줄어들었으나 옥션은 지난 21일 연간 거래금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전자상거래 업체 중 처음으로 ‘조(兆) 단위’ 시대를 열었다. 국내에서 부동의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의 올해 예상 매출 1조1,500억원과 엇비슷하다. 지난해 624억원이었던 매출액(중개수수료)은 올해 68% 가량 증가한 1,050억원, 순이익도 사상 최대 규모인 2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 쇼핑몰에 불과했던 옥션이 다크호스로 부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의 지분 인수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옥션의 모든 사업 시스템과 모델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베이는 2002년 3월 옥션의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정비, 기존의 B2C(기업과 개인간 거래) 사업에서 철수했다. 대신 새로운 전자상거래 모델인 ‘이마켓플레이스(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라는 개념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 배동철 옥션 커뮤니케이션실 이사는 “당시 국내에 생소한 사업모델 적용으로 ‘이러다 회사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며 “실제로 사업모델에 회의적이었던 4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베이 측은 회사 경영진과 직원들을 상대로 미국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었던 사례와 자료를 제시한 끝에 설득에 성공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을 거둬 도입 6개월 만에 성과를 올렸다. 성공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모델이 한국 상황에 맞게 도입됐던 것이다.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과감하게 포기했던 것도 회사 체질을 건강하게 했다. 옥션은 그 동안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었다. 그러나 일단 시장에서 가능성 없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사업을 접었다. 부동산 중계로 유명한 사이트들과 연계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2000년 후반에 수익성이 없다고 보고 사업을 포기했다. 마켓플레이스 도입과 더불어 성공의 최대요인은 ‘고객만족도’에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방침이 옥션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 옥션은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중 최초로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제도)를 도입해 상거래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또 사내에 ‘TNS그룹’을 만들어 전자상거래에서 발행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고 해결하는 고객 신뢰경영에 최선을 다했다. 6개 고객 자문단을 만들고 항상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곧바로 피드백 하는 정책 등이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옥션의 회원은 1,000만명에 달하고 거래 품목도 1,000만여개를 넘어서고 있다. 옥션의 성공에 자극받은 인터파크, d&shop 등 경쟁 인터넷몰이 최근 잇따라 이마켓플레이스 시장에 진출,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옥션 측은 경쟁 업체의 합류로 마켓플레이스 시장이 더 커지는 순기능이 경쟁심화라는 역기능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