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70년을 앞두고 한일 관계가 냉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대표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 온라인판이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제기했다. 가파른 경기 둔화와 롯데 사태 등을 계기로 한국 경제를 조명한 글이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발표를 앞두고 양국 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와중에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대표 경제지가 '한국 때리기'에 나선 배경이 주목된다.
9일 '그늘 깊어지는 한국 경제, 기력 다한 산업국가'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니혼게이자이는 삼성 등 재벌경영과 산업구조의 한계 등을 지적하며 한국의 분위기가 수년 전 일본에 드리웠던 무거운 정체감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돌며 빠르게 둔화하는 데는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취약점에 발목이 잡혔다는 것이다.
신문은 우선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삼성의 최대 수익원은 스마트폰이지만 고가 제품군은 애플에 치이고 저가 제품군은 화웨이나 샤오미·마이크로맥스 등 아시아 후발주자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하는 등 삼성이 역량을 발휘할 시장이 날로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한국 재벌의 중앙집권적 가족 경영체제도 성장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목했다. 오너 일가에 의한 '동족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삼성은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거액 투자에 힘입어 고성장을 해왔지만 3세 경영으로 옮겨가면서 그러한 강점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은 그러한 초조감이 반영된 무리한 합병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 외에는 이유가 불투명한 이번 합병에 대해 강한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삼성뿐 아니라 현대차·현대중공업·SK·한진·한화·롯데 등 다른 재벌기업에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또한 인구 5,000만명인 한국이 전기전자부터 석유화학·조선·자동차·식품·콘텐츠 등 일본과 거의 같은 '풀 라인' 사업구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저에 힘입어 일본이 부활하고 중국이 추월하는 가운데 산업 분야를 좁히지 않으면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어중간한 경쟁력만을 갖는 산업국가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