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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수요·공급 미스매치… 한국, 일본처럼 장기디플레 우려"
■ 후카가와 와세다대 교수
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사진=연합뉴스
고령화로 인한 수요·공급의 미스매치 문제로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처럼 한국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1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를 통해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제조업계는 최신기술에 집착해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을 출시하지만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노년층은 이보다는 헬스케어 서비스 등 다른 분야에 수요가 많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이것이 실제 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한파 경제학자인 후카가와 교수는 "지금은 심각한 청년실업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한국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출산율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 향후 일본처럼 노동력이 급격히 모자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고령화가 창조경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수출 의존 경제구조에서 혁신 주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개발할 젊은층이 필요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사회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며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서는 고위험을 기피하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경우 한국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저출산·고령화의 고리를 끊으려면 과거 '새마을운동' '금 모으기 운동' 등과 같이 '가족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도 최근 들어 정부와 재계가 협력을 강화하고 기업은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여성이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이어 "정부와 기업이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없어지도록 교육 체계를 산업계의 수요에 맞게 바꾸는 한편 한국과 일본 간 인적교류를 강화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한국의 청년층이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청년층 인력이 부족한 일본에 취업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