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조남홍 경총 상근부회장

대담:이종환 산업부국장 “경영권은 일종의 소유권입니다. 따라서 헌법상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만큼 경영권도 보장을 받아야 합니다.” 조남홍(67)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노조의 경영 참여를 인정해 준 현대차 노사합의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 활동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부회장은 특히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주 5일 근무제와 관련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조건 때문에 노사 합의가 어려울 경우 정부와 국회가 주도해 조속한 시일 내 입법화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대형사업장의 노조가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전체 근로자의 여건개선을 고민할 때, 건강한 노동운동이 뿌리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이었던 현대차의 노사협상이 마무리됐다. 현대차 노사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는. ▲협상이 타결됐다는 말을 듣고 경악했다. 이런 파격적인 단협이 우리나라에서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외국의 경우도 이런 단협은 없다. 사용자가 합의를 해준 배경을 생각하면 `얼마나 다급했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업장으로 파급될까 걱정이다. 이런 형태의 단협이 확대되면 산업계에도 큰 피해를 줄 것이다. 이번 현대차의 협상결과를 보면 정규직의 처우개선에 무게가 많이 실렸다. 대기업 노조가 집단이기주의 심하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는 말을 하고 싶다. -주5일 근무제를 두고 정부와 국회가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재계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남은 기간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2년 여동안 노사정이 논의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말에서야 정부안이 어렵게 만들어졌다. 최근 여당과 야당이 이를 처리하는 합의를 이끌어내고 마지막으로 노사간의 합의를 유도하자는 차원에서 지난 8일부터 3차례에 걸친 재협상에 들어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만들어낸 단일안은 이전의 노동계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식이면 협의를 하기 어렵다. 의견을 좁히려는 뜻이 있는지 궁금하다. 노동계 공동안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협의는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와서 다시 노사합의가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은 근로시간단축 문제로 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여러 기업들이 자기 상황에 맞게 주5일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빨리 입법화해서 정리하는 것만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경영계가 내놓은 안과 노동계의 조율이 어렵다면, 국회가 먼 장래를 내다보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결정에 앞서 의원들이 한국 경제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경영계 안은 어떤 것인가. ▲경영계가 내놓은 근로시간단축안도 인건비 부담이 매우 큰 것이다. 휴일 수가 130일 정도에 달한다. 이 선을 넘어가서는 안 된다. 국가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철저하게 국제기준을 모델로 삼고 우리 경제의 실력을 감안해서 결정해야 한다. -경영계가 이미 정부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가.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이 비슷한 뉘앙스로 말을 했으나 진의는 `정부안이 미흡하지만 그 정도라도 빨리 도입해야 기업들이 더 이상 혼란에 빠지지 않고 대비할 수 있다`는 차원이었다. 정부안을 전격 수용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꾸 시간을 끌면 노사 양측은 물론 사회 전체가 주5일제로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번 국회의 중재로 만들어진 노사정간의 협상도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은데. ▲노동계는 무리한 요구 안을 내놓고 그 수준에 맞지 않으면 수용하지 않고 시간을 끌려고 할 것이다. 연말까지 계속 협의를 해보자고 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협상 테이블은 시간을 정해놓고 끝내야 한다. 나머지는 국민과 이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다시 현대차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현대차의 경영참여 문제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용자가 합의해줬으나 상당기간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 경영진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제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하니까 문제다. 이건 노사간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문제다. 기업이 살아야 노조도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기업에 외국인 투자가들이 들어올지도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을 해서 먹고 산다. 이런 식으로 가면 기술개발, 해외투자, 신기술도입, 해고 등을 마음대로 못하게 되고, 경쟁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보통 일이 아니다. -산업자원부가 노조의 힘이 강해지는 만큼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은 어떤가. ▲현대차의 경우 사용자가 벼랑 끝에 몰려 합의한 것이다. 이번 단협을 보면 회사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된다. 경영상 해고제도 개선, 파업 기간 중 대체인력 파견 허용, 노조 부당노동행위 규정신설, 쟁의행위요건 강화 등은 경영권을 보장 받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들이다. 중요한 노사관계의 원칙을 제도화 법제화 시켜야 한다. `사측 대항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대차 단협안이 엄청난 것이다. -국내 최대사업장인 현대차 울산공장에도 비정규직 노조가 생겼다. 비정규직 노조원의 자격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하청업체의 정규직 근로자다. 다만 하청업체의 정규직이 급여가 적고 현대차와 하청업체의 계약금액과 관련된 사항으로 귀결된다. 현대차 정규직의 임금이 높아지면 하청계약금액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규직 노조가 양식이 있다면 이번처럼 임금인상을 하면 안 된다.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 하청업체를 도와주라고 하면 어불성설이다. 현대차 경영진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적고 정규직을 해고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청업체를 쓰는 것인데, 하청업체 확대는 노동의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 발자취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활력이 넘친다. 올해로 만 10년째 경총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다. 어느 경제단체 부회장도 하기 힘든 장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장수의 비결은 그의 꼼꼼하고 완벽을 기하는 일 처리에서 시작된다. 3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쌓은 업무처리능력은 그의 자신감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특히 상공부 소비경제과장, 아주통상과장, 공보관 등을 두루 거치고 특허청 기획관리관까지 다양한 업무를 접하면서 균형감 있는 사고를 가질 수 있었다. 경총의 한 중간간부는 “어떤 일을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 없이 완벽하게 처리해야 성에 차는 성격”이라고 귀띔했다. 조 부회장은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한국무역협회에서 5년 동안 워싱턴사무소장과 전무이사로 활약하면서 한국 경제의 한 축인 수출입 문제에서 깊이 있는 통찰력을 쌓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노사문제에 있어서는 `재계의 입`역할을 한다. 자율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그의 철학이 소신 있고 거침없는 언변으로 쏟아져 나올 때마다 취재진의 귀가 솔깃해지는 것도 그의 위치와 발언의 무게에 따라 우리 노사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는 안으로는 경총을 경제5단체로서의 위상을 확립 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특히 취임 이듬해인 지난 95년 현재 사용중인 경총회관을 완공, 이전해오면서 독자적인 재정기반을 닦았다. 조 부회장은 과음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식사량도 크게 줄였다. 건강의 비결이 틈틈이 하는 스트레칭과 소식(小食) 때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긴장하면서 바쁘게 사니까 아플 겨를도 없다”는 그는 오늘도 재계 대표 자격으로 참여하는 근로시간 단축 협상을 맞아 전략구상에 여념이 없다. * 약력 ▲36년 충남 서천 출생 ▲경기중ㆍ고 및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73년 상공부 소비경제과장 ▲79년 상공부 아주통상과장 ▲80년 상공부 공보관 ▲87년 특허청 기획관리관 ▲89년 무역협회 워싱턴사무소장 ▲92년 무역협회 전무 ▲94년 경총 부회장 ▲95년 중앙노동위 사용자위원 ▲96년 국제노동기구(ILO) 이사 * 내가 본 조남홍 부회장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나라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조남홍 경총 부회장을 언론에서 자주 만날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그가 심심찮게 등장해야 하는 현실은 노사관계에 이상이 있다는 적신호인지라 실로 안타깝다. 경총은 원래 노사관계의 쟁점이 발생할 때 경영자를 대변하는 이익 집단이다. 따라서 조 부회장의 위치에서는 그 단체의 이해관심을 옹호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의 논지나 대화에 임하는 자세에서 지금 우리사회가 처한 시대적 흐름의 중심을 잡고 지키려는 결연하고 꿋꿋한 용기를 읽을 수 있다. 지금은 어느 한편, 패거리, 집단, 계층, 지역의 이익을 둘러싸고 자기 중심적인 집단이기주의를 무조건 밀고 나가는 갈등을 조장할 시대가 아니다. 험난한 국제환경 속에서 생존경쟁을 치러야 하는 나라의 장래를 진실로 염려하는 국민적 통합과 협동이 긴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유연한 자세로 합리적 해결을 겨냥한 대화다. 조 부회장은 나와는 서울대 문리대 사회학과 동기로 50년 친구지만, 사회학과 출신으로는 드물게 그는 상공부에서 공직자의 길을 내디뎠다. 국내 요직은 물론 주이란 대사관과 주EC 대표부 상무관, 무역협회 워싱턴 사무소장 및 ILO 이사 등 해외에서도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경력을 넉넉히 쌓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신앙문제로 몇 시간씩 나와 대화를 즐기는 친구다. 이순(耳順)의 나이답지 않게 소신에 따른 언행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우리의 기업이 살아야 경제도 크고 나라도 흥성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사관계의 합리적 제도화가 핵심적이라는 신조를 지녔다. 이처럼 어려운 국가적 난국에 처한 오늘 우리에게 조 부회장과 같은 경륜과 신념이 든든한 인재가 노사관계 해법을 찾아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참으로 믿음직스럽다. <정리=조영주기자, 사진=이호재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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