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스/창업] 유망업종들 다 어디갔나

지난해 봄 조개구이전문점이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일본에서 이 아이템을 벤치마킹한 선발 체인본사를 모방해 후발업체들이 속속 뛰어들었고 자연스레 가맹점도 엄청나게 많이 늘었다. 기존 식당을 하던 사람들도 업종을 전환했다. 동네마다 서너개씩 조개구이 전문점 간판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급증했다.그런데 시내를 걷다 여기 저기 살펴봐도 조개구이전문점의 간판을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간판을 바꿔 달고 조개구이를 일부 메뉴로 취급하는 곳은 있지만 썰물이 빠지듯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역시 지난해 만화와 도서, 스타브로마이드까지 복합매장이라며 신문의 광고면을 도배하다시피했던 만화대여전문체인점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이들은 본사가 제공할 노하우가 별로 필요하지 않은 업종이라데 착안, 「실직자나 주부들이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며 창업초보자들을 유혹하고는 뒤로 빠지고 말았다. 한때 체인본사가 30~40개, 가맹점이 2,000여개에 달했는데, 아직까지 영업을 계속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은 지난해말부터 재빠르게 다른 업종으로 변신을 했다. 일본 창업여행객들을 통해 재작년부터 서서히 소개된 과일편의점도 프랜차이즈로 등장, 지난해 상당히 많은 가맹점이 선보였으나 지금은 기세가 완연히 꺾였다. 스티커사진자판기 분야에도 개인부터 대기업까지 지난해 경쟁적으로 체인점을 선보였는데, 지금은 그 열기가 차갑게 식어 일부에서는 매장을 철거해 중고기기를 동남아에 수출하기도 했다. 핸드폰 액정 화면에 사진을 넣어주는 사업은 컴퓨터에 능통한 한 젊은이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신문에 소개되자마자 컴퓨터 관련 업체들이 너나 나나 체인점을 모집했는데,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재작년 초 창업박람회에서는 목용용품 체인점의 독무대였다. 한 대기업이 서울 이대앞에 연 목욕용품점이 신문에 몇번 등장하더니 갑자기 체인본사가 많이 생겼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목욕용품점은 거의 없다. 역시 그해 유망사업으로 꼽히던 아이스크림전문점도 수많은 체인 본사가 생겼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져 버리고, 가맹점들도 문닫는 곳이 속출했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던 조화 체인점과 꽃집 체인점은 각각 종적을 감추거나, 체인본사당 서너개의 가맹점만 운영하는 형편이다. 동네 점포들을 가맹점으로 모집해 회원으로 가입하면 그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이용 실적에 따라 사은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소점포 홍보지원사업,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에인절 액세서리점, 자동차 셀프공방도 초기에는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혹은 다른 형태로 변형됐거나,다른 사업과 복합화를 시도하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음식점 가운데 설비비가 개업자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회전식 초밥집이나 셀프 호프집 등은 90년대 중반에 등장, 체인본사가 10개 이상에, 가맹점도 꽤늘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심지어 기원도 체인화가 시도됐지만 체인점은 제대로 모집되지 않았고 지금은 독립점 위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90년대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돈까스전문점 열풍은 100억원이 넘는 규모의 대형사기극으로 막을 내렸었다. 이밖에 많은 업종이 떠들썩하게 등장했다가 사라졌고, 슬며시 소개됐다가 미처 기를 펴보지도 못한 업종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현재 성행하는 업종중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는 업종도 여기 저기 눈에 띈다. 한국여성창업대학원 양혜숙(梁惠淑)원장은 『우선 업종이 유망할 것인지, 혹은 유행으로 그칠 것인지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며 『조개구이전문점의 경우 여름 3개월간 반짝 장사인데 그걸로 1년을 버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생활밀착형 업종인 치킨의 경우에도 유행 아이템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고 밝힌 梁원장은 『업종의 수명을 보는 눈을 갖추고, 사업성을 분석하고, 개점후 6개월간의 예비비를 갖춘후 창업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고광본 기자KBG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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