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Korea, 난 네게 반했어"

세계적 패션포럼 '럭셔리 써밋' 내년 서울서 개최키로 확정
크리스찬 디올은 500억 투자… 亞 최대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韓 패션중심지 위상 올라간 것"
"한국서 통하면 세계서 통한다"
샤넬·루이비통·애술린·펜디 등 글로벌 브랜드 시장 공략 가속

몇 년 전 펜디가 반포 ''세빛섬''에서 전세계 패셔니스타들의 이목을 끄는 대대적인 펜디 홍보 행사를 벌이고(사진) 올 봄에는 샤넬이 동대문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는 등 명품 브랜드가 서울을 전세계 패셔니스타들의 이목을 한 데 모으는 트렌드메이커, 트렌드세터, 트렌드리더 등 ''3T''의 도시로 인식하고 있다. /서울경제DB

''크루즈 컬렉션''

#전세계적인 패션 저널리스트 수지 멘키스는 올 초 이탈리아에서 마친 패션 포럼 '럭셔리 써밋'을 내년에는 서울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패션 도시로 뜨고 있는 서울을 '더 알고 싶어서'다. 한영아 애술린코리아 대표는 "티켓 한 장에 350만원에 달하는 이 포럼은 전세계 내로라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모두 집합하는 자리로 패션 피플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맨키스가 서울을 낙점했다는 점에서 서울이 글로벌 패션의 '힙 스팟'으로 떠오른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럭셔리 기업 LVMH의 대표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은 오는 20일 청담 사거리 아시아 최대 플래그십 스토어 '디올 부띠그' 매장 오픈을 앞두고 17일부터 '디올 정신' 전시회를 연다. 한국에서 인기가 주춤해 절치부심하던 크리스찬 디올이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재공략의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는 1,000㎡ 규모에 지하 4층, 지상 5층으로 투자 금액만 500억원. 세계 최대 규모인 도쿄 오모테산도 매장보다 일부 품목 매장이 더 클 정도라는 점에서 최근 LVMH가 한국 패션시장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이 엿보인다.

명품 패션 브랜드가 한국에 꽂혔다. 명품 수요가 급증하던 과거 한국 시장을 단순히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시장의 '덤'으로 봤다면 이제는 중국, 일본을 넘어 글로벌 패션계를 좌우하는 '3T' 즉 트렌드메이커(Trendmaker), 트렌드세터(Trendsetter), 트렌드리더(Trendleader)로 한국을 흠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패션 거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시아 패션 메카와 패션 리더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대중 브랜드에 이어 콧대 높은 명품까지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고 한국 시장을 절대적인 테스트베드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 명품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1조원을 돌파한 세계 8위. 그러나 한국 시장이 이 같은 수치 이상의 파급 효과를 명품 브랜드에 미침으로써 브랜드들의 투자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화마케팅 기업 위드컬처의 이경선 대표는 "심지어 최근 '서울을 찾는 글로벌 브랜드=최신 유행 리더'라는 공식이 성립되면서 서울이 명품 브랜드를 핫한 이미지로 부각시키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영아 애술린 대표 역시 "예전 한국은 명품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 옆 작은 나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패션 바이블인 미국 일간지 WWD에서도 중국에 퍼지고 있는 한류를 대서특필할 정도"라고 전했다. 올 초에도 미국 잡지 '보브 닷컴'은 "엣지있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이끄는 코리안 패션 웨이브가 세계를 강타했다"며 "서울은 럭셔리 트렌드 패션이 가장 핫한 곳"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이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주목받는 배경에는 한류의 힘이 크다.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전세계적으로 히트하며 K-팝을 시작으로 K-뷰티, K-푸드, K-패션 등 본격적인 한류 열풍이 불었다.

사실 트렌드에 민감한 럭셔리 브랜드들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몇 년 전부터 주목해 왔다. 이경선 위드컬처 대표는 "프라다는 2009년 서울 경희궁 옆에서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의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회를 열고 펜디가 세빛섬에서 모피 패션쇼를 열면서 서울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며 "CNN 뉴스를 통해 프라다와 펜디 행사 개최지가 서울인 것이 알려지면서 서구에서 본격적으로 서울을 탐구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지난 5년간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한 것도 럭셔리 브랜드의 투자 규모가 커지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서울 패션 이벤트는 매년 늘어 최근 정점을 찍었다. 크리스찬 디올에 앞서 지난 5월 초에는 세계적 패션 거장인 칼 라거펠트 샤넬 수석 디자이너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패션쇼 '샤넬 크루즈 서울 컬렉션'에서 한국 패션의 정수인 '한복'을 패션쇼에 녹여내 전세계 패셔니스타들의 이목을 한국으로 집중시켰다. 샤넬은 2000년부터 뉴욕, 베네치아, 파리, 베르사유, 싱가포르 등 주요 패션 도시를 돌며 크루즈 패션쇼를 열고 있는데 패션업계에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기념적인 행사로 평가받는다.

명품 브랜드는 아울러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어 서울 만큼 매력적인 도시도 없다는 입장이다. 패션마케팅 업체인 유끼의 이종수 대표는 "한국 소비층이 트렌드에 민감해 동북아 지역의 패션에 대한 변화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다"며 "한국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에 대해 중국 소비자가 열광하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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