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세월호 잠수사ㆍ의료봉사자 등 ‘나눔 실천자’ 격려

나눔실천자 34명과 청와대서 오찬… “여러분이 있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 “기부연금·기부은행 활성화돼야”

민간 잠수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계열(56)씨는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사고가 있는 곳이면 달려들어 인명구조에 나선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도 있었다. 93년 페리호 침몰, 94년 성수대교 붕괴,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등 그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형 재해현장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벨기에 출신인 배현정(68)씨는 지난 72년 혈혈단신의 몸으로 한국으로 건너왔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판자촌에 무료 진료소를 세우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가정방문 진료를 하는 등 42년 동안 40여만명의 저소득층에게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시흥동 사람들은 그를 ‘시흥동의 슈바이처’로 부른다.

그는 “다른 누군가를 돕는 일은 제 운영이자 삶이었다”면서 “마음만 있으면 봉사를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모범적으로 나눔과 봉사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나눔실천자 3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고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모범 나눔 실천자들은 보건복지부ㆍ나눔국민운동본부ㆍ굿네이버스 등 주요 나눔단체의 추천과 언론보도 사례 등을 통해 선정됐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나눌수록 행복은 더 커진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사회에 희망과 행복을 만들고 계신 여러분들께 깊이 먼저 감사를 드린다”며 “ ‘우리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 분들도 많지만 여러분처럼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도 점점 늘고 있어서 저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희망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초에는 금융기관들이 나눔 금융상품을 내놓기도 했고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기부연금제도나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 등이 활성화되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나눔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어려운 분들을 모두 보듬기에는 정부의 지원만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할 때 모두가 함께 가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자리를 같이 한 김창랑(73)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철도공무원이었던 그는 서울역사 근무 중 70대 노인 승객을 구하다가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공직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현재 살고 있는 1억3,000만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와 예금 1억2,000만원 등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이외에 고물상을 운영하면서 독거노인과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신림동 달동네 행복바이러스’박기천씨, 다문화 이주여성의 고충상담을 통해 이들의 친정엄마 역할을 해온 한미덕 돌곶이학교 교장, 신장ㆍ간 기증 등 생명나눔을 실천해온 사색출판사 대표 최정식씨도 오찬에 초청됐다. 나눔ㆍ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해온 배우 변정수, 고아라씨 등 유명 인사도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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