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한·일 롯데 총괄하나

롯데家 장남 신동주, 日롯데 모든 직위 상실
"큰 사안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
재계 형제간 지분구조 변화 관심
장녀 신영자 향후 역할도 주목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61)씨가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도 해임되면서 그 배경과 향후 후계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롯데그룹과 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신동주씨는 지난 8일 열린 임시주총을 통해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그룹 내 임원직을 모두 상실하게 됐다. 롯데홀딩스는 앞서 지난해 12월26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 세 가지 직책에서 해임시킨 바 있다. 공석인 롯데상사 사장직은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이 맡게 됐다.

당시 구체적인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측은 이날도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세한 이유는 밝힐 수 없다"고만 설명했다. 국내의 롯데그룹 역시 "일본 롯데와는 경영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웬만한 사안이 아니고서는 이런 급격한 조치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오너 가문의 장남을 해임하는 조치가 신 총괄회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에게 어떤 중대한 이유로 진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신 전 부회장이 사실상 롯데그룹에서 추방당한 것"이라는 풀이를 내놓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 내에서 자리를 완전히 상실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의 입지와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 회장의 입지가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 구조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설명한 적이 없지만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이 맡고, 일본 롯데는 신 전 부회장이 경영하는 구조가 유지돼왔다.

하지만 이 구조가 깨지면서 두 형제 간 지분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사다. 또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롯데쇼핑 이사)과 차녀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의 향후 역할도 주목된다.

현재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롯데쇼핑 지분율은 각각 13.46%, 13.45%로 불과 0.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롯데제과 지분은 신 회장이 5.34%, 신 전 부회장이 3.96%를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13년 롯데제과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해 신 회장과의 지분 격차를 1.38%포인트까지 줄인 바 있다. 이밖에 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상사의 지분율 차이는 각각 2.88%, 0%, 0.37%포인트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0.74%, 롯데칠성 2.66%, 롯데제과 2.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는 경영상 분리돼 있지만 지분구조상으로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형태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라는 회사이며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신 총괄회장이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직전인 2011년 2월까지 격월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경영해왔다. 대지진 이후 여진 우려와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 등으로 일본행이 어려워졌고 이 기간 동안 부자관계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