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변하고있다] 가스안전공사

「꽝」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소리는 폭발음이다. 꿈에도 듣기 싫다.지난 94년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때나 이듬해인 95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사고때 전직원들은 자면서도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가깝게는 지난해 부천 LP가스충전소 폭발사고, 서울 홍제동 가스관 파열사고 때도 그랬다. 사고 당시의 악몽을 공사 직원들은 잊지 못하고 있다. 가스 사고로 받는 충격은 당사자나 가족들에 못지 않다. 공사의 설립목적은 국내 가스의 안전 관리. 사고가 터질 때마다 공사 직원들은 사고원인이 어디에 있었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공사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려왔다. 가스안전공사가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해온 것은 이같은 자책감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되기 위해서다. 거꾸로 말하면 단 한 건의 가스사고라도 줄이기 위함이다. 가스안전공사의 개혁 목표는 다른 공기업들과 다르다. 수익을 올리기 보다 안전도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게 급선무다. 지난 74년 공업진흥청 산하 고압가스보안협회로 출발한 가스안전공사는 정부및 시·도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가스사고 예방 활동을 추진하는 가스안전전문기관으로 무자본 재단법인 형태를 띠고 있다. ◇경영혁신 100대 과제= 가스안전공사의 경영혁신은 기업이미지(CI)를 선포한 지난 9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스사고 급증으로 조직을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아현동, 대구지하철공사장 사고를 잇따라 겪은 공사는 조직과 업무영역을 대폭 확충하고 인원도 크게 늘렸다. CI는 이질적 문화를 갖고 있던 직원들을 한 데로 묶었다. 「최상의 가스안전서비스 제공」을 통해 본연의 업무를 철저하게 수행하자는 의지였다. 공사는 「최고의 안전(BEST SAFETY) 최고의 생활(BEST LIFE)」을 존재이념으로 선정하고 개혁일정에 착수했다. 공사 개혁의 백미는 경영혁신 100대 과제. 공사는 CI선포로 공사의 비전과 이념체계가 정립됐다고 자체 평가했다. 그러나 세부 실천 프로그램은 미흡하다며 스스로 채찍을 가했다. 경영혁신 100대과제는 매서운 채찍이 가해져 나온 숙제였다. 김영대(金永大)사장은 『업무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분석을 하고 효율성에 잣대를 맞춰 개선시키고 혁신해야 할 과제 100개를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혁신 추진기간은 올해부터 2003년까지 5년동안으로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계획되어 있다. 혁신분야는 경영관리개선, 안전관리 선진화, 사업다각화, 기술선진화등 4개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철저한 목표관리아래 추진된다. 구조조정을 통한 감량경영체제 구축, 업무처리 절차 간소화, 민원 서비스 혁신, 종합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시설검사 팀제도입등은 모두 100대 과제안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다. 이 안에는 자율적 안전관리 기반조성, 가스안전기기개발, 보급, 가스안전관리 과학화추진등 제2건국 추진과제도 들어있다. ◇시스템 수술= 경영시스템은 金사장의 표현대로 효율성에 맞춰 재편됐다. 본사조직은 연관성있는 부서가 유기적으로 통합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슬림화됐다. 이와함께 본사업무의 일부는 지사와 출장소로 이양시켜 작은 본사를 구현시켰다. 가스 안전관리 대상은 매년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현재의 인력을 2001년까지 동력시키기로 했다. 실질적인 인원감축없이 구조조정 효과를 노린 것이다. 가스소비는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97년까지의 전국 가스 소비량을 살펴보더라도 연평균 15.4%가 늘어났다. 이에따라 안전관리대상은 연평균 12.5%씩 증가하고 있다. 관리대상을 돌봐야할 곳이 매년 늘어야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사는 현재의 인원 1,245명으로 늘어나는 관리수요를 충족시키기로 했다. 손이 모자라는 부분은 시스템 수술로 채우겠다는 복안이다. 공사는 현장 조직의 기능을 강화해 전문조직으로 재구축하고 핵심업무에 인력을 집중배치하는등 생산성 극대화작업에 주력했다. 업무처리를 빠르게 하기 위해 전자결재제도가 일찍 도입됐고 권한은 하부로 대폭 이양됐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동시에 진행됐다. 사외이사가 선임됐고 외부제안제도도 도입됐다. 전사적으로 전개된 개혁의 성과는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매섭던 지난해부터 엿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스사고 건수는 총 397건. 이는 전년에 비해 16.8%가 줄어든 수준이었다. 인명피해 기준으로 따지면 같은 기간동안 44%가 감소한 것. 그만큼 대형 사고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시사한다. ◇가스안전기기 보급= 공사는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가스안전기기 보급에도 사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능동적인 안전 서비스를 위해서다. 지난 98년 가스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전체 사고의 절반이상이 취급부주의와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이런 가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 바로 가스안전기기. 일본의 경우 LP가스 안전기구 보급활동을 벌여 사고를 5분의 1수준으로 현저히 낮춘 경험을 갖고 있다. 가스안전 점검을 공사가 일일이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사는 가스안전기기의 신뢰성을 높이고 마이콤메타등 고기능의 가스안전기기를 저렴한 가격에 보급할 수 있도록 국산화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가스안전기기를 2005년까지 전국의 모든 가스사용가구에 보급하겠다는 것이 공사의 목표다. 공사는 뜬눈으로 가스안전을 감시하듯 경영혁신 일정을 자체 점검하고 있다. 【박동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